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결사적이라는 말의 뜻

제9보(101~116)



이세돌이 4로 따내자 이창호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가장 강경한 대응이라면 참고도의 흑1로 막고 보는 길인데 그 뒤가 켕긴다. 백2 이하 8까지 되고 나면 해답이 저절로 나온다. 한 수 늘어진 패로 백대마가 잡힌다. 백이 잡히게 된다면 흑의 성공일까. 그게 그렇지가 않다. 흑이 얻어낸 것은 30집 정도에 불과한데 백은 좌변을 선수로 완벽하게 틀어막게 되는 데다 팻감으로 어느 한쪽 흑대마를 호되게 공격하게 될 것이다. 좌변에서 중원으로 흘러나온 흑대마도 허약하고 하변쪽에서 분단되어 공중에 뜬 흑대마도 아직 미생이므로 팻감 사정은 흑이 일방적으로 불리하다. 바로 막지 못하고 이창호는 흑5로 물러났다. 흑7로 두면 좌변 흑대마와 연결이 가능하며 잘만 하면 좌하귀의 백대마는 자연사를 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수읽기였다. “하지만 그건 좌변에서 새로 발생하는 승부패를 흑이 이긴다는 전제로 품는 희망에 불과합니다. 여전히 흑의 위기상황입니다”(원성진) 백16으로 드디어 엄청나게 큰 패가 났다. 이 패를 흑이 이기면 좌하귀의 백은 무조건 잡힌다. 그 크기는 40집 정도. 그런데 패를 흑이 지게 된다면 흑대마가 도리어 숨이 넘어가게 되어 있다. 그 크기는 무려 65집. 흑의 부담이 백보다 훨씬 크다. 검토실의 청소년 고수들이 여러 개의 가상도를 만들어 보고 있었다. 그 한구석에서 초롱초롱 눈만 빛내고 있는 조용한 소년. 14세의 박정환 초단. 14년 연상인 이지현3단이 그에게 물었다. “정환아. 결말이 어떻게 될 것 같아?”(이지현) “몰라요”(박정환) “그러지 말고 예측을 해 봐”(이지현) “흑은 결사적으로 패를 이기겠지요. 패를 지면 끝장이니까”(박정환) 결사적이라 함은 어떤 손실도 마다 않고 무조건 패를 이긴다는 말이었다. 손해팻감도 마구 쓴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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