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인 인플레이션 불안 속에 국내 소비자물가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나 치솟았다. 그동안 2%대를 유지해오던 소비자물가의 건실한 흐름이 2년5개월 만에 3%선으로 높아진 것이다.
월동과 김장을 앞둔 때라 서민살림은 주름살이 더 깊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상승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올 겨울은 유난히도 추울 것 같다.
물가상승은 천장을 모르듯 치솟는 국제유가와 채소류가 쌍끌이하고 있다. 도시가스 요금은 1일부터 인상됐고 배추는 ‘금추’가 됐다. “김장하기 겁난다”는 푸념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유가급등이 계속될 경우 앞으로 장바구니 물가 위협을 넘어 공산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 후반으로 예측하던 각 기관의 수치도 수정해야 할 심각한 상황이다.
국제유가가 몇 달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되는 점을 떠올리면 최근의 고유가 상승분은 11월 하순께부터 물가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 같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물가상승 압력이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다.
시중 유동자금이 많은데다 미국 금리인하로 양국의 금리차가 더 벌어진 것도 문제다. 많은 자금이 고금리를 쫓아 국내로 유입될 경우 환율까지 떨어지는 이중 부담을 안아야 한다.
한국은행이 콜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미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한데다 경기가 회복세라지만 고유가와 원고(高) 등 불안요인이 상존한다. 우리 경제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인식에서 물가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처해나가야 한다. 범정부적으로 대처해야 할 때다.
물가상승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소비의 발목을 잡아 침체를 부르고 이는 경기둔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물가상승이 임금인상 요구로 연결되면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그렇다고 당장 금리를 인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유가는 유류세 재조정 및 절약 등 종합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채소류는 수급을 원활히 해 서민가계에 주름살이 지는 것을 방지하는 등 공세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