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하락하면서 에너지 업종 및 이머징마켓에 대한 글로벌 펀드 매니저들의 투자의견이 부정적으로 바뀐 것으로 조사됐다. 이머징마켓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긍정적인 의견보다 우세한 것은 5년만이다.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투자자들이 석유 등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면서 자산을 미국 등 선진국의 주식과 채권으로 옮기려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현지시간) 투자회사인 메릴린치가 펀드매니저 210명(전세계에서 총 6,430억달러의 자산 운용중)을 대상으로 지난 6~12일 설문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에너지 업종에 대해 ‘비중축소’(Underweight)를 제시한 비율이 25%로, ‘비중확대’(Overweight) 의견을 보인 이들(24%)보다 1%포인트 많았다. 이 업종에 대해 ‘비중축소’ 의견이 우위를 보인 것은 2002년 초 이후 처음이다. 이머징마켓 전체에 대해서도 비중확대보다 비중축소를 제시한 펀드 매니저들이 6%나 많았다. 이것도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연초 만해도 비중확대 의견이 30%나 많았다. 국제기준 유가인 미국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가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최고가에서 최근 20% 이상 하락한 이후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이머징마켓지수는 17일 지난 5월 최고치에서 9.7%나 후퇴했다. MSCI 이머징마켓 지수 가운데 에너지업종은 18%를 차지하며 금융업종에 이어 두번째로 비중이 커 유가 하락이 전체 지수 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메릴린치의 컨설턴트 데이비드 바우어스는 “유가 하락으로 시장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글로벌 이머징마켓에 부정적인 의견이 확산되고 있으며 투자자들이 발걸음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반면 조사대상인 펀드매니저들은 올해 안에 금리가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면서 금융업에 대해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금융업에 대해 ‘비중확대’의 의견을 제시한 이들은 지난달 15%에서 21%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금융주는 에너지주를 제치고 제약주에 이어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업종이 됐다. 한편 유가 하락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인식도 변화됐다. 전세계 금리가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 본 펀드 매니저들은 지난 달 36%에서 41%로 늘어났고 인플레이션이 낮아질 것이라는 응답자도 44%로 전월(38%)보다 증가했다. 메릴린치는 이에 대해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생각한 응답자수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 이들을 웃돈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섦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