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미FTA 1차협상 되짚어 보니…] <상>불안한 협상단

전문성 부족에 리더십 누수까지<br>盧대통령 긍정발언 줄자 "거리두기 아니냐" 불안<br>사기저하로 정기인사 이유 협상단 이탈자 늘어



[한미FTA 1차협상 되짚어 보니…] 불안한 협상단 전문성 부족에 리더십 누수까지盧대통령 긍정발언 줄자 "거리두기 아니냐" 불안사기저하로 정기인사 이유 협상단 이탈자 늘어 손철 기자 runiron@sed.co.kr 지난 8일 미국 워싱턴 DC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일째 1차 협상이 열리던 시각,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와 한미경제연구소(KIE) 공동 주최의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여기에서 한국 전문가인 발비나 황 미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한미 FTA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득이 된다는 셈법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 간담회보다 이틀 앞서 미 상원 하트빌딩에서 열린 한미 FTA 리셉션장에서도 노 대통령의 '한미 FTA 추진 의지'가 참석자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한미 FTA가 잘 안 되더라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잃을 것이 별로 없고 대선 정국의 회오리에 빨려 들어가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그 와중에 협상단만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왔다. 관계자들 사이에 노 대통령이 신자유주의의 완성판이라 할 수 있는 한미 FTA를 얼마만큼이나 집요하게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 점차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협상단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한미 FTA와 거리두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사이에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는 진단까지 나오는 등 우리 협상단에서 리더십이 실종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협상단의 힘을 빼고 있다. 이미 미국에 비해 우리 협상단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부처간 의견 조율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번 협상 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마당에 한미 FTA를 총괄하는 리더십에 누수 현상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1차 협상에서 한미 양국이 쌀 문제나 개성공단 문제 등 굵직굵직한 이슈를 피해가며 지엽적인 문제에서만 합의를 이룬 것도 본질적인 문제를 처음부터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한미 FTA가 출범 초 국정 중심으로 급속히 자리잡은 것은 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덕분이었지만 최근에는 '한미 FTA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대통령의 발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최영종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는 "최근 들어 노 대통령이 한미 FTA를 챙기는 진지한 기색을 읽을 수 없다"며 "정치권이 한미 FTA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든다면 협상단만 비난의 제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2일 본지에 '한미 FTA 협상단 분과장 등이 교체돼 나간다'는 기사가 게재되자 과천과 세종로 관가에서는 "벌써부터 협상단에 이탈자가 나오느냐"며 협상단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에 대해 산업자원부나 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외교통상부는 "정기 인사에 따른 것으로 협상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협상단의 사기저하가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이다. 韓부총리-金본부장간 전략·속도 시각차 수장 갈등에 외교부-경제부처간 팀워크 부재 金본부장 盧대통령 전폭신임에 "독주" 비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과정에서의 불안한 리더십이 협상단의 전문성 강화와 부실한 팀워크 정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리더십이 흔들린다는 비판에는 비단 대통령의 의지뿐 아니라 정부 내 한미 FTA의 실무 투톱인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시각차도 한몫을 하고 있다. ◇컨트롤타워의 불화=한 부총리와 김 본부장은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개방주의자로 한미 FTA 출범 초 반대파의 집중 공격에 표적이 되기도 했다. 한편으로 개방형 통상정책의 최고 복식조로 평가됐던 한 부총리와 김 본부장의 시각차는 각자가 최고라는 자부심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는 게 정부 핵심 관계자의 전언이다. 통상 문제에 관한 한 둘째 가라면 서러울 한 부총리나 김 본부장은 회의 등에서 협상전략이나 협상 속도 등을 놓고 적잖은 이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미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부총리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내 업무에 정통하지만 한미 FTA와 관련해서는 김 본부장이 협상 전권을 위임받고 있다" 며 "두 사람이 개방주의자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적잖은 시각차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민간 출신인 김 본부장이 노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 아래 독주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 내 FTA 업무는 김 본부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FTA추진위원회가 실무를 총괄하면서 한 부총리가 의장인 대외경제장관회의가 이를 심의ㆍ의결하고 대통령이 위원장인 대외경제위원회에 보고하는 단계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김 본부장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와 한미통상장관회담을 고리로 대통령과 수 차례 독대하며 한미 FTA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내면서 부총리가 적잖이 소외됐다는 지적이다. 과천 정부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 본부장이 독주하면서 국내 대책이나 FTA 홍보에 관계부처가 상당히 곤욕을 치렀다"며 "이런 연장선에서 부총리뿐 아니라 타 경제부처 장관도 김 본부장과 마찰이 있었다"고 전했다. ◇따로 가는 협상단=리더십 불안은 곧바로 협상단의 팀워크 부재로 이어졌다. 1차 협상에서 마련한 통합 협정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협상단 주요 멤버가 교체된 것은 우리 측 협상단의 전문성 부족과 부실한 팀워크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김종훈 수석대표가 출국 전 우리 협상단을 '드림팀'이라고 평했는데 무색해졌다"며 낯을 붉혔다. 협상단의 주요 분과장이 바뀌는 상황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본지 보도가 나가기 전까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차 협상 기간 중 일부 분과가 이틀 혹은 사흘 만에 협상을 마치자 경제부처에서 나온 상당수 협상단은 일찌감치 짐을 싸기도 했다. 이로 인해 1차 협상을 정리하는 일마저 쉽지 않았고 협상단 전부가 공감대를 이루는 일은 뒤로 미뤄졌다. 정부청사의 한 관계자는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외교부와 경제부처 사이에는 여전한 벽이 있다"며 "이 벽은 각 부처 수장들이 앞장서 허물지 않으면 깨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 2006/06/12 17:16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