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中스태프와 '그림대화'하며 강행군

中스태프와 '그림대화'하며 강행군 김성수감독 '무사' 中촬영지를 찾아서 "별 장면도 아닌 것 같고 시간 오래 잡아먹는다""끝의 대사는 자기 혼자 얘기하는 것 같이 톤을 낮추라고 해!" "이뻬이. 이 을 카이슬"(준비. 하나 둘 시작) "모두 내가 빨리 나가길 바라고 있어. 대명의 공주답게 내 손으로 전쟁을 끝내겠어. 여기서 내가 목숨을 끊는걸 보겠느냐? 아무도 나서지마, 혼자 나갈 것이야" "컷. 잘했어. 다음은 성밖 장면이다. 빨리들 준비해 " 지난달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동북방으로 550km, 랴오닝성의 싱청(興城) 해변에서는 김성수감독의 신작'무사'(싸이더스 우노필름 제작)의 막바지 촬영이 한창이었다. 고려인들과 함께 명군이 있다는 해안토성까지 긴 여정을 왔으나 있어야 하는 명군은 없고 폐허가 된 성안에는 한족만이 있다. 자신을 잡으려는 원군에 자진해 나가면서 성안의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장면이다. 이후 고려인들은 부용공주의 목숨과 자신들의 무사 귀향을 위해 최후의 전투를 벌인다. 중국 올로케이션으로 진행된 영화 '무사'는 원(元)-명(明) 교체기에 중국에 사신으로 파견되었다가 명에 의해서 유배된 고려의 아홉 무사가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 고려로 돌아오는 대장정을 담고 있다. 연기자 스태프 합쳐 100여명이 움직이는 촬영장에는 중국말과 한국말이 뒤섞여 의사소통을 하느라 여느 촬영지보다 분주함이 더했다. 김성수감독 옆에는 늘 화이트보드가 놓여있고 콘티그림이 그려져 있다. 김감독은 새 장면에 들어가기전 그림을 그려 스태프들에게 자신의 방향을 설명한다. 이것은 통역을 통해서 전하기 힘든 부분을 그림으로 그려서 소통하는 또다른 방법중이 하나이기도 하다. 공주역을 맡은 중국배우 장쯔이는 이 한 장면을 2시간 가까운 시간을 들여 찍는동안 전혀 싫은 내색 않고 밝은 미소로 주변을 편안하게 하는 배려를 잊지 않았다. 특히 그녀는 명주옷 같은 얇은 옷을 입고 촬영하느라 온몽이 꽁꽁 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여유를 보여 보는 이로 하여금 프로 연기자의 자세를 다시한번 느끼게 했다. 해안토성으로 만들어진 세트는 말이 세트지, 듬성듬성 무너지고 닳아빠진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 오랜 풍상을 맞으며 이곳의 터줏대감으로 떡하니 버티고 있는 듯했다. 3개월간 3억원을 들여 만들어진 이 토성은 '패왕별희''현 위의 인생'등에서 미술감독을 맡았던 후오팅샤오가 만들어냈다. 굳이 말로 거들지 않아도, 이들이 걸어온 길은 기록적이다. 마지막 전투신을 포함해 20%정도의 촬영을 남겨놓고 지금까지 쓴 순제작비가 무려 51억원. 지난 8월 베이징에서 기차로 23시간 거리인 내몽고 밑의 사막에서 시작해 영상 40도에서 영하 20도를 오가며 밤낮없이 찍어낸 쇼트(커트가 모여 하나의 흐름을 이룬 장면)수가 무려 3,000여개. 몽고 회족 자치구에서 동쪽끝인 발해만 횡성까지 횡단했다. 그러다보니 사막, 황무지, 협곡, 구릉, 석산, 갈대 숲 등 중국의 광활한 풍경이 그대로 화면에 담겨졌다. 김감독은 "고향에 돌아가고 싶었는데, 이젠 고향에 대한 기억이 안난다. 그저 살아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뿐"이라는 진립역을 맡은 안성기씨의 극중 대사를 말하면서 지금의 심정이 그렇다고 말했다. 김감독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여주고 싶을까? "영화를 처음 시작할때부터 샘 페킨파와 구로자와 아키라를 열광적으로 좋아했다. 특히 페킨파감독의 새로운 서부극 '와일드 번치'같은 영화를 꼭 만들어보고 싶었고, 이 영화는 '비트'를 만들 때 떠올라 '태양은 없다'때에 본격적으로 진행된 작품이다. 사실적인 폭력에 사실적인 인간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 작품은 20일경 촬영을 마치고, 시네마스코프 화면을 위한 스퀴즈작업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음악을 만들어 300만장 음반 판매기록을 세운 사기스 시로우가 영화음악을 곁들여 내년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연우기자 입력시간 2000/12/04 17:21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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