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투기자본에 대한 강력한 경고

금융감독당국, 영국계 자산운용사 헤르메스 검찰 고발

금융감독당국이 22일 영국계 자산운용사 헤르메스를 검찰에 고발한 것은 투기 자본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해석된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외국계 자본이 투기적인 행태로 막대한 차익을 챙기고 있어 투자자 보호와 금융질서 확립을 위해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최근 영국계 펀드 BIH가 대주주인 브릿지증권과 리딩투자증권의 인수.합병(M&A)이 자산 유출을 위한 투기적 행태로 지적받으며 감독당국에 의해 무산된데 이어 이번에는 헤르메스가 제재를 받음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가 어떤 시각을 가질지가 주목된다. 따라서 이번 감독당국의 조치를 외국자본에 대한 제재로 한정해 보지 말고 국내 자본이든 외국자본이든 불공정 행위는 가리지 않고 강하게 처벌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헤르메스.외국계은행 불공정 혐의 헤르메스에 대한 제재는 투기자본의 불공정 행위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헤르메스는 2003년 11월부터 삼성물산[000830]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해 작년 3월 보유 지분이 5%에 이르자 `5% 룰'(대량 보유주식 보고 제도)에 따라 그 사실을 공시했다. 헤르메스가 이후 삼성물산에 삼성전자 보유 지분 매각, 삼성카드 증자 불참 등을 요구하면서 당시 소버린자산운용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SK[003600]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로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헤르메스는 작년 12월초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삼성물산의 M&A 가능성을 밝힌 뒤 이틀만에 보유 주식 777만2천주를 모두 팔아 292억원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투기자본의 불공정거래라는 지적이 일자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착수했으며 지난 3월에는 영국 헤르메스 본사에 대한 현지 조사까지 벌였다. 감독당국은 헤르메스에 `부당이득을 얻을 목적으로 고의로 풍설을 유포하거나 위계를 쓰는 행위'를 금지한 증권거래법 188조를 적용하고 헤르메스의 펀드매니저와 여기에 연루된 국내 증권사의 해외법인 직원도 함께 고발했다. 검찰 고발은 헤르메스에 대해 취할 수 있는 감독당국의 가장 강한 조치로, 검찰통보나 수사의뢰와 달리 수사기관이 신속히 수사하고 그 결과를 고발인에게 통지할 의무가 있다. 헤르메스의 혐의가 확정될 경우 부당이득의 3배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고 관련자에게는 최고 무기징역도 가능하다. 감독당국은 부당이득 규모를 80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헤르메스가 검찰의 조사에 순순히 응할지는 미지수다. 또 감독당국이 이날 3개 외국계은행 서울지점을 징계한 것도 헤르메스에 대한 제재와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외국계 은행이 전문지식이 부족한 국내 공기업을 상대로 파생상품 영업을 하면서 투자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등 정보 고지 의무를 태만히 한 것은 시장 질서를 훼손하고 고객의 권익을 침해하는 부당 영업이라는 지적이다. ◇투기자본 불공정 행위 강력 대처 이번 헤르메스와 외국계 은행 제재에 대해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에 관대했던 감독당국의 정책 전환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외국자본은 그동안 한국에 투자한 자금을 단기간에 회수하기 위해 유상감자와 고배당을 일삼아 자본유출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헤르메스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시세조종 의혹까지 불거져 한국 금융시장이 투기자본의 자유로운 활동 무대라는 지적까지 받았다. 이같은 투기적 행태를 방치할 경우 고스란히 일반 투자자의 피해로 이어지고 금융시장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 감독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재촉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투기적인 외국자본에 관대한 모습을 보였고 외국자본도 이를 무기로 삼았다"며 "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질서를 바로잡을 때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불공정 거래를 제재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가 헤르메스건을 이유로 한국 시장에서 발을 빼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익이 난다면 투자하는 것이 자본의 속성"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종남 사무국장은 "감독당국의 이번 제재는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으로 외국자본의 유입이 확대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감독당국은 투기 자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증권연구원 김형태 부원장은 "헤르메스건은 외국자본이란 점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불공정 행위는 자본의 국적에 관계없이 처벌한다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외국 자본의 반발을 막을 수 있고 정당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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