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 브라운관 누빈다
오락프로·시트콤·토크쇼등 출연 잇달아
KBS2 '대한민국 1교시'에 출연한 열린우리당 한명숙 당선자(왼쪽 두번째)
뉴스시간에나 ‘엄숙하게’ 등장했던 정치인들이 이젠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오락 프로그램, 시트콤, 토크쇼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있다. 정치를 친근하게 접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한편에선 정치인이 인기 관리에만 신경 쓰려고 한다는 비난도 낳고 있다.
KBS 2TV 오락프로그램 ‘대한민국 1교시’(화 오후11시)는 11일부터 매주 17대 국회의원 당선자 한 명이 출연하는 코너 ‘희망 1교시-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신설했다. 국회의원과 연예인이 팀을 이뤄 퀴즈 대결을 펼치는 내용으로, 열린우리당 한명숙 당선자가 첫 회에 출연한다.
그러나 정작 출제되는 문제들은 정치 현안과는 거의 연관이 없다. “‘이태리 타월’의 명칭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화투 패에 나오는 새는 어떤 새일까요?” 등의 가십성 퀴즈들이 대부분이다.
17대 총선 기간 토론 프로그램에서 재치 넘치는 멘트로 인기를 얻었던 민주노동당 노회찬 당선자는 이제 ‘섭외 1순위’. 노 당선자는 지난 4일 KBS1 ‘아침마당’에 아내와 함께 출연해 결혼을 하게 된 사연, 부부 생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노 당선자 부부는 7일 KBS2 토크쇼 ‘이홍렬 박주미의 여유만만’에도 나와 부인의 알뜰한 살림법, 노 당선자의 김치 담그기 비법 등을 선보였다.
방송인 출신인 한나라당 한선교 당선자는 당선 직후, SBS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 아침’에 초대손님으로 모습을 비췄고, 이명박 서울시장은 MBC 일요시트콤 ‘아가씨와 아줌마 사이’(연출 신정수ㆍ임정아) 16일 방영 분에 까메오로 출연한다.
정치인들의 TV 출연에 대해 일각에선 총선 기간 내내 문제됐던 ‘이미지 정치’가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유권자이기도 한 시청자들의 인기를 얻기 위해 오락 프로그램에만 얼굴을 비추면 자칫 본업에 소홀해 질 수 있다는 것. ‘…1교시’ 연출자 고원석PD는 “오락적 재미는 분명 추구하지만, 정치를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게 하고 국회의원 또한 일반 시민들의 정서를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flat@sed.co.kr
입력시간 : 2004-05-09 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