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텔레비전 퀴즈쇼에서 '기념일 맞추기'를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연간 기념일이 며칠이나 될까? 보통 사람들은 달력에 빨간 글씨로 쓰여진 노는 날 외에는 알지 못하는 기념일이 적지 않다. 그래서 달력에 '무슨 무슨 날'이라고 쓰여 있는 기념일을 세어 봤더니 53개나 됐다. 이중에서 기념행사를 치르지 않는 신정ㆍ설날ㆍ추석을 제외하더라도 연중 기념일은 50일이나 되는 셈이다. 60ㆍ7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분들은 기억할 것이다. 기념일에는 반드시 기념일 리본을 달고 학교엘 가야만 했다. 만약 잊어버리고 그냥 간 날은 학교에서 혼이 나곤 했다. 그 날은 또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훈시를 다리가 아프도록 서서 들어야 하는 괴로운 날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기념식 행태도 바뀌기 시작하고 있다. 3ㆍ1절 기념식에서는 양희은씨가 '상록수'를 불러 감동시키더니, 이번 광복절 기념식엔 이선희씨가 대중가요 '아름다운 강산'을 축가로 불러 행사를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기념일에 대한 컨셉이 바뀌고 있다. 무대에 서 있는 몇몇 사람이나 상을 받는 사람들만 주인공이 되고 무대아래서는 박수나 치고 돌아가는 그런 행사가 아닌, 참석자 모두가 함께 즐기며 기념하는 날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매년 9월1일은 '통계의 날'이다. 1896년 '호구조사규칙'을 공표한 날을 통계기념일로 정하였다. 올해는 일요일과 겹쳐서 이틀 뒤인 9월3일에 '제8회 통계의 날' 기념식을 한다. 올해 기념식은 예전과는 달리 이날을 행사와 더불어 축제일이 되도록 계획하고 있다. 기념행사는 물론 통계학술대회,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꾸민 사진전시회, 마라톤대회와 같은 동호인회 활동, 그리고 아빠 엄마로서 일에 묻혀 소홀히 해온 가족과 더불어 즐길 수 있는 동화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등으로 다양하게 꾸며 보았다. 이제 가을이 되면 각종 기념행사가 줄을 잇는다. 9월부터 11월까지 석달 동안 무려 17건의 기념일이 몰려 있다. 2주에 세개꼴로 기념일이 있는 셈이다. 우리도 이제는 기념일을 문자 그대로 기념하고자 하는 본래의 뜻을 한번쯤 새겨보는 날로 만들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거기에 다 함께 참여하는 행사까지 곁들여진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오종남<통계청장>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