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7월 4일] 마녀사냥 그리고 마트사냥

[기자의 눈/7월 4일] 마녀사냥 그리고 마트사냥 생활산업부 김현수기자 hskim@sed.co.kr 중세 유럽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마녀사냥’. 십자군전쟁의 실패 이후 위기를 느낀 교회와 권력층이 일반인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만들어낸 마녀재판에서 나온 말이다. 근대로 넘어 오면서는 지난 1950년대 미국의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의 주도로 이뤄진 ‘빨갱이 사냥’이 마녀사냥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마녀사냥의 사전적인 의미는 ‘권력자들이 도덕적 공황상태를 이용해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죄를 뒤집어씌우는 행위’를 말한다. 며칠 전 이마트 본사가 발칵 뒤집혔다. 다음 아고라에 대구 이마트 점포에서 미국산 LA갈비를 판매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이마트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댓글은 물론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문의전화까지 빗발쳤다. 이마트 측에서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한번 올라온 인터넷 글은 입소문을 타고 번졌다. 5월 롯데마트도 미국산 쇠고기 판매 괴담에 곤욕을 치렀다. 한 네티즌이 지난해 7월 신문보도를 인용해 롯데마트가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결정한 것처럼 글을 올리자 인터넷에서는 롯데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롯데마트 측이 홈페이지에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공지문을 띄우고 재고로 가지고 있던 미국산 쇠고기의 판매까지 중단하면서 사태는 진정됐지만 아직도 인터넷에서는 롯데가 그룹 전략을 위해 의도적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할 것이라는 괴담까지 나돌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 나타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관련 루머를 보고 있으면 마치 중세시대 ‘마녀사냥’을 보는 듯하다. 대형 마트가 사회적 약자도 아닌데 무슨 마녀사냥이냐고 되물을 수도 있지만 광우병 파동으로 공황상태에 빠진 대중을 상대로 한 인터넷이라는 권력은 대형 마트에 있지도 않은 허위사실을 뒤집어씌우고 이를 확대 재생산한다. 이것이 마녀사냥이 아니면 무엇일까. 사냥꾼에게 사냥감은 자신의 먹잇감이거나 단순한 놀이 또는 만족을 위한 대상일 뿐이다. 사냥감이 어떻게 되든 상관 없다. 인터넷에 무책임한 루머를 올리는 네티즌은 한순간 늘어나는 자신의 글에 대한 클릭 수를 보며 희열을 느낄지 모르지만 수없이 나도는 의혹의 시선과 싸우는 대형 마트는 억울하고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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