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 어려워 뭉칫돈 거절…펀드규모 증액 힘들어실세금리가 연 4%대로 떨어지는 초저금리시대를 맞아 14일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 비과세고수익고위험펀드(약칭 신비과세펀드)로 돈이 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펀드를 판매하거나 운용하는 투신ㆍ증권 등 금융회사들은 마땅한 운용처가 없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개인 고객들은 신비과세 펀드가 투기 등급 회사채를 30% 의무 편입해야 하는 높은 위험에도 아랑 곳 않고 수익률이 다소 높다는 이유로 돈을 맡기려고 하지만 투신사들은 운용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몰려오는 뭉칫돈을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다. 초저금리가 빚어낸 또 하나의 엇갈린 금융기관과 투자자의 모습이다.
이 때문에 판매 첫 날 각 증권ㆍ투신ㆍ은행 등 일선창구에서는 "돈을 왜 안받느냐"는 고객들과 "판매한도가 다 차서 다음 기회에 이용해달라"는 금융회사 직원들간에 적지 않은 실랑이가 빚어졌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날 투신권 전체의 신비과세펀드 판매규모는 예약판매분 8,0000억원을 포함해 1조2,000억원 가량으로 잠정집계됐다. .
은행권에서는 국민, 한빛, 조흥, 하나, 한미, 농협 등 6개사가 이날부터 판매를 시작, 오후 1시현재 총 1,120억원어치를 팔았다.
신한 등 나머지 은행들이 조만간 신비과세펀드 판매에 동참하고 이미 판매를 시작한 금융회사들도 펀드를 추가설정할 계획이지만 운용상의 애로요인이 해소되지 않는한 가급적 판매규모를 크게 늘리지는 않을 방침이다. 투신사들은 특히 편입시킬 만한 마땅한 투기채가 없어 추가 설정이 어렵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이에 따라 신비과세 펀드 판매 규모는 지난해 7월 처음 선보이며 11조원의 판매고를 기록한 비과세펀드 실적의 20~3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특히 연말 대량으로 도래하는 투기채 처리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투신증권 관계자는 "당초 하이일드와 CBO(후순위채) 펀드내의 투기채를 옮기려고 했지만 초저금리로 인해 환매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는데다 아직까지 시장에서 직접 구하기도 쉽지 않아 3,000억원을 넘어서면 운용상 어려움이 따를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도 "실질 예금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함에 따라 여유자금을 보유한 고객들이 고수익 상품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하고 있다"며 "그러나 상대적으로 양호한 투기등급 채권을 구하기가 힘들어 향후 펀드설정 규모를 증액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홍준석기자
김민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