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원 출신… 중앙은 무력화 의도”/노조와 감정의 골 깊어져 거취 관심한국은행 직원들이 정부의 금융개혁안을 받아들인 이경식총재에 대해 사퇴를 요구하는 등 강도높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어 이총재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은 노조가 17일 이총재 사퇴요구 서명작업에 들어간데다 부서장들까지 총재불신임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어 이총재는 이번 금융개혁안 파동의 첫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은 직원들은 특히 지난 2년이상 한은업무를 총괄해온 이총재가 조직의 입장을 대변하기는 커녕 지난 12일 창립 47주년 기념식에서 「한은의 감독권보유 필요성」을 강조한지 수시간만에 극적인 「뒤집기」에 나선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은노조는 이총재가 「정부의 한은 점령군 선봉대」의 본색을 드러냈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한은을 무력화시키려는 일관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제기획원출신의 이총재를 지난 95년 한은에 투입, 이제야 결실을 보았다는 것. 노조는 당시 이런 가능성때문에 반대성명까지 발표했으나 결국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한탄하고 있다. 정부안대로 된다면 한은총재는 「정부의 한은식민지 총독」이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반면 이총재에 대한 동정론도 적지 않다. 이총재가 한은독립을 위해 재경원장관, 금개위위원장, 청와대경제수석 등과 「물밑 대화」를 벌였으나 다른 3명이 이미 의견조율을 끝낸 상태라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
또 감독기능문제에 집착, 재경원의 「술수」를 미처 간파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정부안에 대한 한은직원들의 반발을 과소평가한 점도 지적된다.
한은의 한 간부는 『이총재가 아직도 정부안에 대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한은 내부의 정서를 외면하고 있다』며 『설사 금융개혁안 처리가 유보되더라도 총재와 직원간 감정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져 이총재가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손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