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KPGA, 선진화·국제화 하려면

한국 프로골프가 급속한 선진화ㆍ국제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일본ㆍ호주 등지 투어와 교류하기 시작했는가 하면 지난해부터 외국인 선수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미국 PGA투어에서 올해 도입한 대회별 포인트 가중치 적용 랭킹시스템도 발 빠르게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후진성과 폐쇄성을 드러낸 ‘사건’이 최근 일어나고 말았다. 김경태라는 신인의 프로 데뷔전 포함 2주 연속 우승이 그 도화선이 됐다. 그는 2차례나 우승하고도 여전히 대기(조건부)출전권자에 머물러 대회마다 출전 자격을 가진 사람들 중 20명 이상이 불참해야 대회에 나설 수 있는 점으로 더욱 큰 화제가 됐다. 2006도하아시안게임 기간과 겹쳐 퀄리파잉스쿨(시드 선발전)에 나가지 못해 투어카드를 따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살펴보면 올해 2승을 거둔 김경태가 올 시즌 투어카드를 받지 못한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미국 등 주요 투어에서도 그해 잔여 기간에는 대기시드를 주고 이듬해부터 2년간 풀시드를 부여한다. 진짜 문제는 김경태가 지난해 아마추어 신분으로 KPGA투어에서 2승을 거두고도 올 시즌 전경기 출전권을 쥐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KPGA는 아마추어가 우승할 경우 정회원(프로)으로 입회를 허락하는 신분적 특전만 부여한다. 투어카드를 획득하려면 이후 별도의 퀄리파잉스쿨에 나가야 한다. 세계 주요 투어 가운데 자국 투어대회 우승자에게 퀄리파잉스쿨 응시 절차를 또 두는 곳은 없다. 이 같은 선(先)입회 후(後)투어 진출의 이중 관문은 회원제로 운영되는 KPGA에 투어가 직속돼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 그러나 ‘회원제 투어’는 문호 개방과 맞물려 불평등의 아이러니에 봉착했다. 4승이나 거둔 ‘토종’ 유망주는 대기시드에 머무는 반면 ‘이방인’ 선수는 나흘간의 외국인시드전에서 30등 안에만 들면 입회 없이 곧바로 투어 풀시드를 받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ㆍ일본 등 선진 투어들은 협회와 투어가 완전히 분리돼 있다. 시행과 착오를 겪은 결과다. 대회 유치와 흥행에서도 이점이 있다고 한다. 정통성과 상업적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몰이의 해법으로 이원화를 논의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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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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