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水磨)가 할퀴고 간 대한민국의 산하는 지금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산과 들과 강과 호수, 연안 바다 도처에 쓰레기 투성이다. 흙탕물과 토사가 덮쳤던 황량한 오지 마을에도 각종 쓰레기들이 앙상히 쌓여 있다. 도처가 유청산(有靑山)이 아니라 쓰레기 천국, 쓰레기 공화국이다.
평시에도 우리나라 어느 곳인들 쓰레기가 없는 곳이 없다. 유원지와 관광휴양지는 물론, 산골짜기 후미진 곳, 심지어 맑은 시냇물 속에도 사이다캔, 콜라병, 라면봉지가 남실거린다. 논두렁 밭이랑에는 빈 농약병, 플라스틱 용기가 나뒹굴고 비닐ㆍ천 조각이 흙 속에 묻혀 있다. 세계 제1의 농약 및 화학비료 과다 시용으로 쓰레기 흙더미 속의 유익한 생명체들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지표상에 나타난 쓰레기들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좀 깊은 물 속의 쓰레기 오염도에 비하면 약과다. 저수지, 호수, 하구, 연안 바다 어디를 막론하고 물밑은 문자 그대로 쓰레기 저장고이다. 물 밑 1~2m까지 차곡차곡 쌓인 침전물질들, 폐그물, 고철, 납뽕돌, 유리, 플라스틱 폐품 등 각종 잡동사니 쓰레기로 오랜 세월 심하게 오염돼 목하(目下) 조국의 호수와 바닷물은 썩어가고 있다. 인천 앞바다는 쓰레기 수거선 두세척이면 하루 40여톤을 거뜬히 건져낼 만큼 쓰레기 천지이다. 백령도 일대의 어장에만 무려 3,000여톤의 폐그물 등이 쌓여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인천시와 한국해양연구원에 의하면 매년 한강물이 날라오는 쓰레기량이 물경 19만㎥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 국민들이 평소 아무런 죄 의식 없이 자연생태계에 내버린 쓰레기 방기 행위는 이제 오염과 악취와 죽음으로 우리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그 누가 우리나라를 비단으로 수놓은 강과 산이라 불렀던가. 새와 짐승과 물고기가 살기 어렵게 오염되고 있는 삼천리 금수강산은 시나브로 쓰레기로 고통받고 있다. 현재 수도권에서 공인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가정의 비율은 단 1%도 되지 않는다. 근교의 약수와 지하수, 그리고 하천, 호수들도 시시각각 오염되고 있다.
국제연합(UN) ‘밀레니엄 생태계평가위원회’는 전세계적으로 나는 새들의 12%, 젖먹이동물의 25%, 뭍과 물에 사는 양서류 30% 이상이 다음 세기 안에 사라질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2005.3.30). 그리고 UN이 주도한 4년간의 ‘지구촌 자연생태계의 회계감사’ 결과는 지난 50년 동안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자연생태계를 과다하게 착취, 파괴해 이미 그 60%가 원상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진단한다.
그 파괴된 자연생태계가 지금 인간사회에 보복을 가하고 있다. 환경지속가능성지수가 세계 142개 국가 중 136위와 122위 사이를 오르내리는 대한민국의 현재(2004년 말 기준) 환경시계는 오후9시29분을 가리키고 있다. 그런데도 자정의 파국점을 향해 아직 2시간31분이 남아 있으니 안심하고 전국토를 균형적으로 난개발하자는 녹색색맹(色盲) 환자들이 정부 안팎에 득세하고 있다.
앞으로 오고 또 올 우리 후손들에게 오염된 땅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 당대들이 조국의 산하와 생활, 생산 터전을 말끔히 청소해놓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자연생태계는 복원 가능의 한계를 넘어서 파멸적인 상황, 즉 카타스트로피(大破局)가 우리 후손들을 맞이할지 모른다. 이른바 사오정, 이태백, 이구백 등에게 보람 있는 일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서도 지금 당장 범국가적 ‘국토 대청소 운동’을 제안한다.
국토 정화 범국민 운동은 1930년대 세계 대공황기 구미제국의 ‘국토 보전(Conservation) 프로젝트’, IMF 위기 때의 ‘생명 숲 가꾸기 운동’처럼 정부와 민간이 하나가 돼 추진하는 중장기 계획이어야 한다. 쓰레기로 범벅이 된 땅과 강과 호수와 바다를 대청소하는 생명 운동은 환경생태계도 살리고 경제도 일으키며 일자리도 창출하는 ‘국토 대정화사업’이다. 지금 시작해도 이르지 않다.
이 제안은 이미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경제대표자회의에서 대통령께 직접 건의한 바도 있으나 아직껏 감감 무소식이다. 그러니 이제 시민, 소비자, 환경단체, 국민이라도 앞장서 나서야 한다. 그리고 선진국처럼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버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무거운 벌금을 부과하는 입법 활동도 전개해야 한다. 선진화를 이루려면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따라 해야 선진국이 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