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주민없는 주민투표


온통 무상급식 주민투표 얘기다. 고3 학생은 선생님에게 투표할 것인지 물었고 28세의 비정규직 회사원은 "부자한테 왜 공짜 밥을 주냐"고 비판했다. '엄마들 모임'에서는 "투표하자, 말자" 의견이 분분하다. 66세의 정육점 주인은 "오세훈이 뜨는 것 아냐?"라고 했지만 인터넷에는 서울시민이 오세훈 시장에게 호통치는 동영상이 떴다. 기자가 지난 일주일 새 서울에서 보고 들은 것들이다.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일단 여론의 주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이번 투표 어디에도 주민들의 선택지는 없다. 우선 보편적 복지를 막고 싶은 유권자 입장에서 보자. 이번 투표는 오 시장의 주장과 달리 나라 전체의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를 결론짓지 않는다. 서울시 안에서 무상급식을 어느 정도 넓힐지 판단할 뿐이다. 소득 하위 50% 학생만 준다는 1안을 선택해도 서울시의 지원근거가 사라질 뿐 교육청이 지원할 수 있다. 올해 2학기 초등학교, 내년에는 중학교에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는 2안 역시 점차로 수혜 대상을 늘리는 단계적 무상급식이다. 그나마 이 안을 지지할 시민들에게 야당은 투표 불참을 촉구하고 있어 2안이 채택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반대로 전면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유권자의 뜻도 반영하기 어렵다. 야당 말대로 이번 투표에 불참한다고 당장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투표율이 33.3%를 넘지 못하면 2안과 유사한 기존 조례안을 시행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 조례가 시장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교육청에 소송을 건 상태다. 결국 무상급식 논란을 종결짓는 투표가 아니라 누구 이름으로 급식을 주는지 결정하는 주도권 다툼에 불과하다. 양 진영 모두 투표율 33.3%를 넘기기는 어렵다고 예측한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의사를 반영할 수 없는 투표에 손이 가지 않는 것이다. 낮은 투표율로는 서울시민의 민의를 대변하기 힘들다. 이것이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끝난 24일에도 양 진영의 싸움이 여전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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