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파업과 관련한 노ㆍ사ㆍ정 합의를 놓고 합병 당사자인 신한은행 노조와 조흥은행 노조가 `실력대결`에 들어가는 등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처럼 신한금융지주라는 한지붕 아래에서 한 살림을 차려야 할 두 은행 직원간 감정의 골이 깊어짐에 따라 향후 합병 과정에서 적지않은 후유증이 우려된다.
금융권에서는 두 은행의 합병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원만한 통합작업과 직원들간 `화합적 결합`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들어 `강자로서의 여유(신한은행 노조)`와 `감정적 대응 자제(조흥은행 노조)`를 통해 점진적으로 문화적 이질감을 줄이는 노력부터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갈수록 고조되는 노조 갈등= 신한은행 노조가 촛불시위를 통해 노사정 합의문의 무효를 주장하고 나서자 조흥은행 노조가 성명서를 통해 이를 반박하는 등 두 은행 노조가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건희 신한은행 노조위원장은 지난 24일 취임에 이어 25일 밤 가진 촛불시위를 통해 “`신한`이란 브랜드를 반드시 지켜낼 것이며 향후 조흥은행의 선(先) 구조조정을 요구하겠다”며 신한측 경영진과 조흥은행 직원들을 거듭 압박했다. 이에 대해 조흥은행 노조는 이날 사내 게시판에 올린 성명서에서 “노동운동이라는 대의에 부합되지 않음은 물론 조흥은행 직원의 희생을 자신들의 조직을 위해 이용하겠다는 조직 이기주의의 발로”라며 정면 대응하고 나섰다. 조흥은행 노조는 특히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신한 노조의 이 같은 반발은 매각 저지라는 목적을 이루지 못해 답답한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는 조흥은행 직원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이며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두 은행의 사태 게시판에는 상대방 노조를 성토하는 글이 줄을 잇는 등 치열한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시너지 효과 의문= 두 은행 노조의 이 같은 대립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들은 향후 원만한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 속에 감정적 대응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만큼 서로의 주장을 밝히면서 어느 정도의 감정대립은 불가피 하지만 이 문제가 합병의 중대한 걸림돌이 되선 안된다”며 “향후 2~3년간의 시간이 있는 만큼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서로 이해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두 은행 경영진이 노조간 마찰이 도를 넘지 않도록 화합을 유도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상대 신한은행 부행장은 “본격적인 통합논의는 2년 후에나 진행되기 때문에 앞으로 두 은행간 문화적 이질감을 줄이고 서로의 장점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