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카타르, 과학 허브로 변신중

두둑한 '오일머니' 바탕 투자 대폭 강화<br>지난해까지 R&D 투자 35억弗 달해<br>세계적 기업 연구소들도 속속 입주<br>KAIST 등 한국과 협력도 적극적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에 있는 와일-코넬 의대 본관. 이곳에는 코넬대·카네기멜론대·텍사스A&M대 등 미국 명문대학의 분교가 들어서 있다.

카타르는 지난해 우리나라와 일본ㆍ미국ㆍ호주를 제치고 오는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대회가 열리는 여름이면 기온이 40도가 웃도는 카타르는 모든 경기장에 에어컨을 설치하겠다는 획기적인 공약을 내세워 초반 열세를 뒤집는 기적을 연출했다. 카타르가 '에어컨 경기장'이라는 다소 무모해 보이는 계획을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은 '오일머니'가 두둑하기 때문이다. 전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14%를 차지하고 있는 카타르는 1인당 국민소득이 12만달러가 넘는다. 이처럼 풍부한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스포츠뿐 아니라 교육과 과학ㆍ연구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2년마다 열리는 세계과학기자연맹(WFSJ) 국제콘퍼런스 참가를 위해 찾은 카타르 도하는 말 그대로 공사판이었다. 도시 곳곳에 새로운 건물이 올라가고 있고 교외에는 엄청난 규모의 교육ㆍ과학복합연구단지가 건설 중이다. 지난 2003년부터 개발이 시작된 에듀케이션 시티는 면적이 1,012만㎡에 달하는데 코넬대ㆍ카네기멜론대ㆍ조지타운대ㆍ텍사스A&M대와 같은 미국 명문대가 자리잡고 있다. 2008년 문을 연 카타르 사이언스&테크놀로지파크(QSTP)에는 마이크로소프트ㆍ제너럴일렉트릭ㆍ셸ㆍ셰브런 등 다국적 기업들이 투자한 연구소가 속속 입주하고 있다. 카타르가 2000년대 들어 교육ㆍ과학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데는 지하자원은 언젠가 고갈되지만 인적자원은 '지속 가능한' 국가 경영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카타르의 이러한 국가 개조를 뒷받침하는 곳이 카타르재단(QF)이다.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 국왕이 1995년 설립한 카타르재단은 '탄소 경제(carbon economy)에서 지식 경제(knowledge economy)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교육, 과학ㆍ연구, 공동체 발전이라는 3대 축(pillar)을 중심으로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카타르가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연구 분야는 건강ㆍ에너지ㆍ정보통신ㆍ환경이다. 카타르 과학ㆍ연구의 중심인 과학기술파크에는 지금까지 총 3억달러가 투입됐고 카타르재단은 지난해 전세계 49개국 373개 연구소와의 협력 연구에 1억1,380만달러를 지원했다. 내년에 문을 여는 시드라 의학연구센터에는 412병상의 병원이 들어서며 총 4,500여명의 임상의와 연구원들이 근무할 계획이다. 시드라 의학연구센터에는 총 79억달러가 투입된다. 모하메드 파시 사우드 카타르재단 총재는 "2010년 기준으로 카타르가 연구개발(R&D)에 투자한 금액은 35억달러에 이른다"면서 "중동 지역은 황금시대에도 무수한 과학적ㆍ지적 성과를 냈지만 최근 들어 다시 과학 르네상스를 맞았다"고 강조했다. 카타르는 서울아산병원에 현지 병원 설립을 요청하는 등 한국과의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KAIST도 카타르에 교육 프로그램을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카타르의 국가 개조 전략은 인접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벤치마킹한 측면이 강한데 우리나라가 UAE에 원전과 위성을 수출한 경험을 살려 카타르에도 교육 서비스와 과학기술을 수출할 여지가 많다. 칼리드 알 수바이 카타르재단 연구조정담당은 "한국과 천문 연구 분야에서 교류를 시작했다"면서 "사막에서 별과 천체들을 관측하기 위해 천문대를 짓는데 지름 약 20㎝짜리 망원경을 한국에서 구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두바이에 수출한 소형 위성을 카타르도 구입할 계획"이라면서 "미국ㆍ러시아 등과는 기술 교류가 쉽지 않은 반면 한국과는 기술 교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해서 협력하고 싶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