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용불안 가중 증시공황 위기”/붕락증시 전문가 긴급진단

◎잇단부도 여파… 「기아」해결 시급/정부 가능한 빨리 직접 시장 개입/금리인하·적자국채 발행등 통해/일반·기관 투자심리 회복시켜야정부의 증시안정책 발표에도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주가지수 6백포인트가 무너지자 투자자들의 주식투매로 인해 주식시장이 심리적 공황상태로 치닫고 있다. 증권전문가들을 통해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주식시장을 진단해봤다. ▲강창희 대우증권상무=현 증시상황은 한마디로 신용불안에 의한 주가붕락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 이 상황에서는 정부가 가능한 빨리 시장에 직접 개입해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지난 65년 일본 야마이치증권의 부도위기를 기화로 발생한 일본의 증시공황 당시 대장성대신이었던 다나카가 은행장들을 불러모아 놓고 강제적으로 협조융자를 요청해 신용공황 위기를 벗어난 일이 있다. 지금이 바로 이같은 조치를 취해야 할 시기다. 최우선적인 해결과제인 기아문제 역시 부도를 내든지 아니면 협조융자로 살려주든지 정부가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리고 구체적인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정부나 정치권 어느 누구도 개인적인 책임과 위험을 감수하면서 이같은 과감한 결단을 내리겠다는 사람이 없다. 그것이 더 큰 문제다. 신용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구제금융 재원으로 적자국채를 발행, 단기금융시장의 무기명 자금을 흡수한 후 이를 사용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정용한 신영증권전무=최근 주식시장은 증시내부나 경제적인 문제뿐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혀 붕락현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해결방안도 쉽지 않다. 장·단기 대책을 생각할 수 있으나 당장 정부가 돈이라도 풀어 자금시장을 안정시키고 금리를 낮추는 것이 시급하다. 콜시장의 경우 당장 내일부터라도 대여기관들이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위험해지는 금융기관이 나올 수 있다.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면 당장 단기자금시장의 불안심리라도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다. 또 금융기관들의 채권인수 여력이 생겨 채권금리 등 시장금리가 하락, 상대적으로 주식투자의 메리트가 올라갈 수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고객예탁금은 계속 감소하지만 신용은 줄지 않고 있어 콜 차입과 상환의 위험을 안고 있다. 금리를 끌어내리는 조치를 통해 일반투자자는 물론 증권사의 투자여력을 회복시켜야 할 것이다. ▲손영보 현대증권상무이사=정부의 증시안정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가지수가 폭락, 6백포인트가 무너졌다. 거래량이나 이격도 등 기술적 지표는 분명히 바닥권을 드러내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지지선을 설정하기도 힘든 상태다. 증시가 이렇게 급격히 붕괴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구조조정실패로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증가와 재고감소 등 일부 거시지표들이 개선되고는 있으나 아직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줄 정도는 아니다. 또 한국은행의 특융에도 불구, 제2금융권의 자금난이 쉽사리 사그러들지 않는 것도 약세장을 부추기고 있다. 쌍방울, 태일정밀 등 대기업들이 잇달아 위기상황에 봉착함에 따라 금융권의 부실채권 규모는 더욱 늘어날 태세다. 정부로서는 일단 증시수급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금융실명제 보완책을 시급히 강구할 필요가 있다. 시중에 남아도는 부동자금을 증권시장으로 끌어와야 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정부와 업계가 고비용, 저효율의 산업구조를 개선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옥규석 대한투신전무=최근의 주식시장 침체는 기본적으로 연이은 대형부도에 따른 금융시장마비 및 실물경제 위기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최근 진행되고 있는 주가급락은 어려운 경제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할 정치권이 대선을 앞두고 이전투구식 폭로전을 벌이고 있는데 따른 투자심리 불안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주가가 앞으로 얼마나 더 하락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반드시 자율적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본다. 또 시장안정을 위한 정부의 긴급조치가 내려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주식시장만을 겨냥한 대증요법식 처방은 약효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주식시장 붕괴위기감은 단순한 수급불균형 등 증시내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연쇄부도 및 외환위기 등 거시경제 또는 경제외적인 문제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락하는 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기아문제의 조기처리, 연쇄부도를 방지할 수 있는 조치 등 거시경제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정책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김병포 국민투신증권전무=주가급락의 표면적 배경은 잇달은 연쇄도산과 이에따른 외국인들의 매도공세 때문이다. 2백억원의 물량만 나와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취약한 장세속에서 연이틀 외국인들이 3백50억원가량 매도했으니 주가가 급락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그렇다고 국내기관투자가들이 주식매수 여력이 있다면 별문제가 아니지만 콜금리가 14.5%에 이르는 상황에서 누가 차입금을 통한 주식매입에 나설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같은 외면적 이유 이면에는 기아라는 진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기아그룹에 거액을 물린 종금사들은 자금회전이 되지않는데다 부도설이 난무하다보니 기업에 빌려준 자금의 만기가 도래하면 웬만하면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특히 부채규모가 큰 기업부터 만기연장을 중단함에 따라 태일정밀, 쌍방울과 같은 사례가 등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식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얄팍한 증시부양책보다 기아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종금사가 필요로 하는 자금을 지원해 시중자금 순환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주가 바닥이 어디인지를 아무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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