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내일이면 또 이별…"못다푼 恨에 탄식

금강산 이산상봉 행사 이틀째인 29일에도 남북 이산가족은 개별상봉 2시간, 동석중식 2시간, 구룡연을 1시간여간 동행 관광했다.이산 가족들은 28일 못다한 얘기를 이어 갔지만 상봉 시간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는 안타까움이 역력한 표정이었다. ○.8ㆍ15 때 남편을 따라 월남한 박용화(81)씨는 속초에서 배웅한 남편 유영윤(83)씨 모습이 아른거리는 듯 상봉기간 내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유일한 혈육으로 고향소식을 전해줄 것으로 기대됐던 조카 박금연(71)씨를 만났지만 조카 박씨는 이미 황해북도 사리원으로 거처를 옮겨 고향소식을 전해줄 입장이 아닌 것. 박용화씨는 "(남편이) 속초까지 따라와 배웅하고 갔는데 그렇게 기다리는 고향소식을 전해주지 못할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52년만에 남편을 만났던 정귀업(75) 할머니. 할머니는 남편 임한언(74) 할아버지를 29일 개별상봉시간에 금강산여관 9층 16호 방에서 다시 만나 선물을 건넸다. "이 한복하고 금 목걸이, 반지는 당신 것이고 북에서 재혼한 아내 몫으로 한복도 한벌 준비했어요. 당신이 북에서 낳은 자녀 5명에게는 시계를 주세요" 남북 분단의 역사 탓에 굳게 닫혔던 정 할머니의 마음은 이번 상봉으로 열려 북쪽 남편의 새 가족까지 품안에 껴안았다. ○.이산가족끼리 만남의 다른 한편으로 남북적십자회담 관계자들의 막후접촉이 진행됐다. 특히 5차 이산상봉과 4차 적십자회담 개최문제도 심도있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 단장인 이세웅 대한적십자사 부총재와 북측 단장인 최창식 조선적십자중앙회부위원장은 29일 오후 공식접촉을 갖고 제5차 이산가족 상봉행사개최와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등을 논의했다. 이병웅 한적 총재 특보는 다음달 3일까지 금강산에 머무르면서 적십자회담 개최 문제를 매듭지을 예정이다. ○.개별상봉, 공동 중식 등이 있은 이날 고령자가 태반인 이산가족 상봉단이 긴 여정에다 가족상봉에 따른 흥분으로 두통과 복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속출했다고 의무실측은 전했다. 특히 납북선장 최원모(92)씨의 부인인 김애란(79) 할머니가 전날 동생들과 상봉한 후 지병이 악화돼 공동만찬에 참석하지 못했다. 하지만 29일에는 식사를 할 수 있을 만큼 몸의 기력을 회복해 의료진을 안심시켰다. ○.류재춘(61) 할아버지는 개별상봉 때 고향인 전라남도에서 직접 농사지은 쌀 두 되를 조카 경선(32)씨와 형수에게 전달하면서 "형님 산소에 갈 때 이 쌀로 밥을 지어 내대신 올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인기 작가 김원일씨는 4차 이산가족 상봉단 지원인원으로 금강산을 찾았지만 안타깝게도 가족 대면의 꿈을 실현시키지 못하고 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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