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까르푸」와 자존심/이효영·산업2부(기자의 눈)

『우리매장 불매 운동이라니요? 그런거 잘 모르겠는데요. 저희 매장은 별다른 영향없이 영업이 너무 잘되고 있습니다.』최근 대우전자가 프랑스 최대 전자업체인 톰슨멀티미디어 인수에 실패한 후 한 지역신문이 반 프랑스 감정에 편승, 까르푸 불매운동을 벌인다는 얘기를 듣고 기자는 한국까르푸 본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한국까르푸 관계자는 아무일 없다는듯 이렇게 대답했다. 그로부터 며칠후 기자는 까르푸의 고양 일산점 및 대전 둔산점이 올들어 연일 매출액이 최고치를 경신, 하루 6억원을 올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루매출 6억원은 웬만한 대형 백화점매출과 맞먹는 규모로 요즘같은 불황기에 국내 유통시장에서는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불편한 관계 속에서도 까르푸 매장은 일부의 불매운동 움직임에 미동도 하지 않은것은 물론이거니와 개장 2개월여만에 우리 소비자들의 「사랑」에 힘입어 튼실하게 뿌리내리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까르푸는 유통시장 전면개방에 맞춰 프랑스가 1백% 출자해 설립한 유통회사로 선진유통 노하우의 무기로 국내시장의 벽을 쉽사리 허물어 버리고 있는 것이다. 까르푸매장을 이용하는데 기존 국내기업의 매장보다 편한 것은 사실이다. 주차하기가 편하고 상품 구색이 잘 갖춰졌고 매장이 쾌적하다는 것은 자타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하필이면 프랑스 언론과 정재계가 한통속이 되어 한국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면서 톰슨 매각을 저지한 현시점에서 우리 소비자들이 까르푸의 물건을 그렇게 많이 사줘야 했는지 의문이다. 까르푸 매장이 아무리 쇼핑하기에 편리하다지만 우리 소비자들도 이번 기회에 일정기간동안 만이라도 프랑스제품 안사기, 프랑스매장 이용 않기등을 통해 우리의 자존심이 살아 있음을 보여줄 수는 없었을까. 여기에는 우리 기업들의 책임도 크다. 진작 까르푸 매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면 사정이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건 21세기를 앞둔 글로벌 시대에 우리기업만 이용하고 외국기업은 배척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선진국」임을 자처하는 프랑스도 언론과 재계, 야당등이 똘똘 뭉쳐 「까마득한 후진국」인 한국에 「프랑스의 자존심」을 넘길수 없다고 막고나선 마당에 우리는 왜 정부건 국민이건 간에 힘을 모아 야무지게 대응하지 못하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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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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