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의 제국 록펠러 Ⅰ·Ⅱ (론 처노 지음, 21세기 북스 펴냄)<br>탐욕스런 기업가…인자한 자선사업가…<br> "죄악·고결함 섞여있는 청교도 선조의 전형"<br>美 자본주의 상징 인물 삶 조망·실체 파헤쳐
| 악덕 기업의 창업자이자 인자한 자선사업가이기도 했던 록펠러는 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지만 진정한 벗은 없었고 재산 때문에 고독을 느꼈다. 저자는 그의 '두 얼굴'이 깊은 신앙과 탐욕, 동정심과 교활함을 동시에 지녔던 미국 선조, 청교도의 전형이었다고 말한다.
|
|
"오늘날의 세계를 이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둘 있는데, 바로 록펠러와 비스마르크다. 한 명은 경제에서, 또 한 명은 정치에서, 개개인의 경쟁을 통한 보편적 행복이라는 자유주의자의 꿈을 부정해버렸다."(버트런드 러셀)
"존.D 록펠러의 기질에는 미국 사회가 반드시 요구하는 그 무엇이 있었다. 그의 차가운 집념과 냉혹함은 소름끼치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그는 앞을 향해 움직이는 힘, 건설적인 힘이었다." (H.G 웰스)
어떤 이에게는 탐욕스러운 기업의 창업자로, 다른 이에게는 인자한 자선사업가로. 미국 초기 자본주의의 상징인 존 데이비슨 록펠러는 너무나도 상반된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19세기 최대의 석유기업인 스탠더드 오일 트러스트와 거대한 기부재단을 통한 자선사업을 동시에 통솔한 그의 삶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이미지로 기억되지 않는다.
'금융제국 J.P모건', '바르부르크가 사람들' 등을 저술한 시사 평론가이자 금융 전문 저술가인 저자 론 처노는 이런 그의 삶을 파헤쳤다.
저자는 그동안 록펠러에 관한 글이 무수히 많이 나왔지만 그의 실체는 스탠더드 오일의 음모라는 장막에 잘 가려 보이지 않거나 잘못을 보지 못하고 열렬히 지지해 왔던 작가들에게 미화됐다고 말한다.
책은 록펠러가 거대 기업을 운영했던 시기뿐 아니라 허풍선이 약장수였던 아버지 밑에서 컸던 어린 시절이나 퇴임 후 자선사업을 하며 보낸 40여년 간의 세월 등 그의 삶 전체를 조망해 수수께끼로 남았던 '진짜 록펠러'의 모습에 대해 고찰한다.
저자는 록펠러를'믿을 수 없을 만큼 죄악과 고결함이 한데 섞여있는 존재'라고 설명하며 이는 미국 청교도 선조의 전형인'이중적 얼굴'이라고 말한다. 조직의 탐욕과 박애주의적 깨달음을 모두 함께 안고 살아갔다는 것이다.
우선 그는 한때'레커펠로'(Wreckafellow, 'Wreck a fellow'ㆍ 저 사람을 결단내라)라 불릴 만큼 악독한 사람이었는데 이는 그의 독점적 행태와 그의 고압적인 태도를 조롱하는 별명이었다. 그가 운영한 스탠더드 오일은 정부를 모욕하고 경쟁자들을 짓밟아간 악덕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록펠러는 의사가 아니었지만 역사상 의학에 가장 많은 공헌을 한 후원자였다. 그가 세운 록펠러 재단이 의학과 의료교육 및 공공보건 부문에 있어서 미국 최고의 후원단체였기 때문이다.
책은 그의 경건한 측면과 탐욕스런 측면이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며 이 같은 이중적 행태의 근저에는 침례교 신앙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가 어릴적 새겨들은'돈을 버십시오. 정직하게 벌어서 현명하게 나누어 주십시오'라는 목사님의 설교를 일생에 걸쳐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록펠러의 종교적 신념을 기업가의 본색을 숨기기 위한 교활한 허울로 치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처럼 자선사업에 전념했기 때문에 그토록 확실하게, 때로는 파렴치할 정도로 부를 추구할 수 있는 내적 자유를 누렸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3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