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정부의 매출채권 상환 지연에 따른 부담을 민간기업의 증자에 의존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정부의 예산부족과 자본잠식에 따른 부담을 민간기업 주주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고스란히 떠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한 증자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돼 파장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KAI가 계획한 55.1대1의 무상감자와 2,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산업은행과 기존 기업 주주들이 대대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출자전환 형태로 1,200억원을 증자하게 되며 삼성테크윈과 현대차ㆍ두산인프라코어 등도 각각 3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된다. 이에 따라 KAI의 최대주주도 기존의 대기업에서 산업은행으로 변경된다.
KAI의 한 관계자는 “올해 기준 대정부 매출채권 잔액은 8,500억원으로 전체 차입급의 98%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의 예산부족으로 KAI의 매출채권 상환이 늦어지는 과정에서 기존 기업 주주들의 주주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물론 지분율 하락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유상증자가 완료될 경우 지분율이 당초 ▦삼성테크윈 28% ▦현대차 28% ▦두산인프라코어 28% ▦산업은행 5% ▦기타 채권단 11%에서 산업은행이 31.7%로 늘어나고 삼성테크윈과 현대차ㆍ두산인프라코어가 22.7%로 떨어지게 된다.
민간기업 주주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매출채권 상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