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7월 5일] 소록도 찾는 대통령은 언제 나올까

지난 1~2일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대학 청소년적십자(RCY) 학생들을 취재하기 위해 소록도에 다녀왔다. 학생들과 함께 쓰레기를 정리하던 한 노인이 기자에게 물었다. "한 총리는 지금 뭐하시나?" 한승수 전 국무총리의 근황을 물어보는 것이었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두번이나 소록도를 찾았다. 5월에는 공식행사로, 9월에는 봉사활동을 위해서였다. 지난해 5월 방문 때 "나중에 꼭 다시 와서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다짐한 후 9월 그는 주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인과 함께 다시 소록도를 찾아 쓰레기를 치우고 한센병 환자들을 직접 씻겨주는 등 봉사활동을 했다. 정치인의 실언(失言)과 공약(空約)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자신의 말에 책임진 한 전 총리에게 소록도의 한센인들은 깊이 감명했다. 놀라운 사실은 한 전 총리가 소록도를 방문한 최초의 현직 총리라는 사실이다. 소록도병원이 1914년 문을 연 후 90여년이 지나서다. 노인은 "죽기 전에 이명박 대통령 얼굴 한번 볼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다른 대통령은 몇 분이나 보셨는데요"라고 묻자 이 노인은 "TV에서 말고. 소록도에서"라고 역정을 냈다. 알고 보니 역대 어느 대통령도 소록도를 찾은 사실이 없다고 한다. 영부인도 이희호 여사가 2000년 방문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고(故) 육영수 여사는 1974년 소록도 방문 계획을 세웠으나 그해 8월15일 사망하면서 참석이 불발됐다. 요즘 대통령은 해외 순방도 잦고 챙길 일도 예전보다 많아졌다. 하지만 소외계층을 돌보겠다고 강조한 대통령이니 만큼 이번에는 임기가 끝나기 전에 소록도를 찾기를 기대해본다. 한 대학생의 말처럼 대통령이 와서 사진 한번 찍고 간다고 뭐가 달라질지 모르지만 그래도 직접 와보면 조금이라도 변하는 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대통령 임기가 절반 정도 지났다. 아니 아직 절반이나 남았다. 과연 소록도 노인의 '소박한'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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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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