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많이 활발해졌고 친구도 잘 사귈 수 있게 됐어요.” 태어나면서부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김나우(15ㆍ안양범계중3). 라켓볼을 통해 장애는 물론 세상과의 두터운 벽을 뛰어넘고 최고권위의 US오픈에도 출전하는 ‘라켓볼 소녀’다. 글로 써서 주고받은 대화를 통해 나우는 “2년 전만 해도 사람을 보면 피했고 일반학교에 진학한 뒤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했다. 하지만 오빠의 권유로 만난 라켓볼이 내성적이던 그를 변화시켰다. 수업을 마친 뒤 일주일에 4일, 하루 5~6시간씩 코트에서 땀을 흘리면서 이제 먼저 장난을 걸 만큼 많이 밝아졌다. 거의 난생 처음으로 “신나고 짜릿한 기분”을 경험하게 해준 라켓볼에 깊고 빠르게 빠졌다. ‘예쁘다’ ‘잘 친다’는 찬사는 그대로 퇴화할 뻔했던 자신감을 깨웠다. 라켓볼은 나우에게 세상과 소통을 이뤄준, 운동 이상의 존재인 셈이다. 나우는 2005년 11월 라켓을 처음 잡은 지 단 열흘 만에 전국청소년대회 여중부 우승을 차지하면서 놀라운 재능을 발산했다.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는 중ㆍ고등부 1등을 해 국내 주니어 무대에서는 적수가 없음을 증명했다. 전국대회 일반부에서 꾸준히 입상했고 지난 1월 아시아오픈 일반부 준우승, 8월 아시아선수권대회 8강 진출로 해외에까지 이름을 알리고 있다. 구력 22개월 된 그를 지켜보는 라켓볼계는 “장애를 이겨내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오히려 무한한 재능과 잠재력이 덜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한다. 168㎝인 키는 아직 자라는 중이고 연습을 쉬라고 할까 봐 몸이 아픈 것을 숨기는 성실성도 갖췄다. 육면체 내에서 소리에 따라 반사적인 순간동작으로 승부를 내는 라켓볼에서 시각에만 의존해야 하는 불리함은 피나는 연습과 순발력 높이기로 극복하고 있다. 세상과 만난 나우는 또 다른 세계에 도전장을 던졌다. 오는 15일(한국시간)부터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벌어지는 최고권위의 US오픈라켓볼챔피언십에 출전하는 것이다. “아직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는 “우승을 하면 좋겠지만 앞으로 기회가 많으니까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성숙한 면모를 내비쳤다. ‘미셸 위(골프)나 김연아(피겨스케이팅) 같은 선수가 되고싶으냐’는 질문에 한참 만에야 “네”라고 짧게 썼지만 “세계 챔피언이 되어서 한국의 라켓볼을 알리고싶다”는 당찬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나우는 자신의 미니홈피 아이디 ‘dreamnow1’처럼 지금 꿈을 키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