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전망- 금산법·새해 예산안 등 법안처리 불투명
| 사학법 개정안이 전격 통과되기 직전 국회 본회의장 단하에서 한나라당 유승민(왼쪽) 의원과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이 주먹으로 치고 받기를 교환하는 듯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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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법 개정안 통과는 전투에서 여당과 민주ㆍ민노 공조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결사 항전을 거듭 강조해온 한나라당은 ‘온실 속에 안주한 야당’이라는 평가를 재확인하며 패배를 맛봤다.
그러나 이 같은 승부 결과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확실한 것은 여야 대치 상황이라는 기름에 불이 붙었으며 정국 급랭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당장 각 상임위 소위를 통과한 종부세 개정안, 삼성 처리 문제로 재계는 물론 경제계 전반에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개정안, 새해 예산안, 예산 관련 부수 법안 등 주요 법안들의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이들 법안은 모조리 임시국회 처리로 미뤄놓은 상태지만, 현 상태에선 임시국회마저 공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감세안’의 관철을 위해 나머지 주요 법안과 관련된 상임위를 보이콧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원내전략은 사학법 전격 통과를 계기로 더욱 강경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더욱이 ‘전투력 약한 야당’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강공책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사학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브리핑을 갖고 “사학법 (개정안의) 통과는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잘라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당적이 없는 의장이 여당의 편을 일방적으로 드는 회의 진행을 했다. (의장은) 찬성표가 충족될 때까지 기다렸고, 어수선한 순간을 틈타 대리투표 가능성도 크다”며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투표 순간 사진 판독을 통해 이번 투표가 무효란 점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당은 한발 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태세다. 정세균 당의장이 이미 여러 차례 “당운을 걸고 주요 법안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키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종부세 소위 표결처리와 이날 김 의장의 직권상정은 이 같은 의지가 반영된 강행처리의 신호탄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결국 우리당의 ‘표결’강행과 감세안을 빌미로 한 한나라당의 ‘실력저지’가 극단적으로 부딪히면서 임시국회 또한 회기 마지막까지 공전에 공전을 거듭할 전망이다.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원내 세력간 이합집산 구도. 사학법 개정안 통과로 숫자의 위력을 확인한 열린우리당과 민주ㆍ민노당과의 공조체계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을 끌고 있다. 한나라당을 왕따시키는 사실상의 ‘소연정 구도’가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