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치논리 탄생 “최악 정책실패”/경부고속철 긴급 진단

◎여 “대전­부산 공사 차기정권에” 촉구/노선변경 등 예산 4조 날려버린 셈/불 언론선 “세계에서 가장 낡은수준 될것” 혹평까지/완공후 연 적자 1조5천억 웃돌듯경부고속철도는 과연 제대로 건설될 수 있을까.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인 경부고속철도 건설이 상당부분 부실로 판명된 가운데 고속철도 건설을 이대로 강행해야 하는 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아직 착공하지 않은 대전∼부산 구간은 공사 추진 여부를 차기 정권에 넘겨야 한다는 강경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잘못된 정치논리로 잉태한 경부고속철도는 날이 갈수록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 탄생을 보장받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부고속철도가 오늘과 같은 위기를 맞은 까닭을 짚고 향후 전망에 대해 긴급 진단한다. ◇잘못된 출발=경부고속철도는 사상 최악의 「정책실패」 사례다. 고속철도의 도입발상은 대표적인 정치논리였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내건 공약을 무리하게 추진한데서 비롯됐다. 경제논리로 보아도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한둘이 아니었다. 지난 89년 건설타당성을 검토한 지 1년만에 노선이 확정됐다. 또 2년간 졸속으로 실시설계를 해 92년 6월에는 시험선 구간 4개 공구가 서둘러 착공됐다. 이들 구간의 노반공사는 계약조건상 착공후 4년3개월 뒤인 96년 9월에 끝내도록 돼 있다. 그러나 준공은 커녕 최근 안전점검에서 보듯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다. 프랑스의 TGV나 일본의 신칸센이 7∼10년의 준비를 거쳐 공사에 들어간 것에 비해 경부고속철도는 충분한 경제성 검증과 기술적 검토없이 무리하게 착공한 것이다. 차종 선정 전에 설계가 이뤄졌고 설계검증도 없었으며 시방서대로 시공되는 지를 감독하는 책임감리제도 실시되지 않는 등 엉망진창이었다. ◇공기 지연=천안∼대전 시험선구간은 1년 정도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 구간은 예산을 확보해 정상적으로 공사를 하더라도 3∼4년 정도 공사지연이 불가피하다. 공단은 교통개발연구원에 의뢰, 공구별로 공사비와 공사기간에 대한 수정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오는 6월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프랑스의 한 언론은 최근 서울발 기사에서 경부고속철도의 완공 시점을 2008년으로 내다봤다. 우리 정부가 계획한 2001년 개통과 무려 7년이나 차이가 난다. 프랑스의 고속철도 전문가들은 『경부고속철도가 완공되면 세계에서 가장 낡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혹평하고 있다. ◇예산 낭비와 사업비 증가=상리터널의 경우 정확한 지질조사를 하지 않아 1백17억원을 날렸다. 용지비 33억원, 터널공사비 57억원, 안전진단비 14억원, 실시설계비 13억원 등을 들였으나 공사도중 폐광갱도가 나타나 노선을 바꾸게 된 것이다. 경주 노선 변경도 95억원의 아까운 국민 혈세를 낭비한 사례다. 지난해 상반기에 착공될 예정이었으나 문화계와 주민들의 반발로 노선이 변경됐다. 이로 인해 실시설계와 환경영향평가, 기초조사 등에 들어간 95억원만 날렸다. 지상으로 건설하려던 대전,대구역을 지하화하기로 계획을 수정해 4천3백36억원의 투자비가 더 들게 됐다. 또 당초 노선을 발표할 때 설치계획이 없었던 남서울역을 신설하는 데 적어도 7백억원 이상이 더 들어가게 됐다. 이밖에 WJE사에 안전점검 용역을 의뢰하는 데 26억원이 들어가는 등 안전·감리업무에 추가로 들어간 돈도 만만치 않다. 지난 92년 6월부터 96년말까지 경부고속철도 공사에 들어간 예산은 1조8천8백억원. 이 가운데 부실정책과 직결돼 낭비된 예산만도 2백38억원에 이른다. 또 민원과 관련, 추가로 들어간 간접비용은 5천억원이고 공기지연으로 생긴 이자부담 등도 1조8천억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선투자 비용(2002년 시점의 부채잔액 9조원)에 따른 기회손실(이자 추가부담)만 연 1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서울∼대구 구간이 우선 개통된 뒤 3년 뒤에나 대구∼부산이 개통될 경우 5천억원의 운임 수입이 감소된다. 결국 정책 부실로 모두 4조원의 예산을 날려버린 것이다. ◇경부고속철도의 경제성=지난 89년 정부가 계획한 경부고속철도의 사업비는 5조8천5백24억원이었다. 이는 93년 10조7천4백억원으로 수정됐다. 이번에 공단이 기본계획을 다시 수정할 경우 물가상승률과 추가공사비를 감안할 때 17조∼20조원으로 껑충 뛸 것으로 추산된다. 최초의 사업비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20조원이면 올 정부예산 62조9천억원의 3분의1 수준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고속도로를 무려 4개나 건설할 수 있는 막대한 돈이다. 그러나 이같은 천문학적 투자를 해놓고도 얻어지는 수입은 쥐꼬리만 하다. 공단이 지난 93년 추정한 서울∼부산 고속철도 요금은 ㎞당 63원이다. 이는 당시 서울∼부산 항공요금 3만4천원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공단은 고속철도의 수송능력이 하루 52만8천여명이지만 개통되는 해의 승객 수는 하루 22만명을 추산한다. 철도청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경부선축을 이용한 승객 수는 하루 20만1천명에 그쳤다. 지난 92년 22만명으로 정점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고속철도가 개통돼도 경부선축 이용객 수를 넘어서기는 어렵다. 고속열차의 요금이 편도 3만원 내외로 결정될 경우 서민 입장에서 결코 싼 것도 아닌데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정차역도 7곳이나 되기 때문이다. 공단은 개통 초기 연간 운임수입을 3조원으로 예상한다. 이 정도 수입으로는 연간 2조원으로 추정되는 공단 운영비와 인건비, 정비비 등을 충당하고 20조원의 투자비에 대한 이자와 상환금 2조5천억원을 갚기에도 부족하다. 결국 고속철도의 연간 적자 규모는 1조5천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적자를 갚으려면 국민들이 해마다 4인 가족 기준 7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아니면 고속철도 서울∼부산 편도요금을 40만원 정도로 올려야 한다.<성종수> ◎재경원 입장/“대전­부산공사 보류 예산집행 비효율만 초래” 재정경제원은 신한국당 김중위 정책위의장의 주장대로 경부고속철도 대전∼부산구간 건설을 지금와서 보류하는 것은 예산집행의 비효율성을 높이는 것으로 검토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 재경원관계자는 경부고속전철건설의 목적이 서울∼부산간의 여객수송을 고속전철이 흡수해 이미 포화상태에 달한 철도 고속도로의 화물수송능력을 동시에 확충하는데 있는데 대전구간까지만 건설할 경우 이러한 정책 목적이 제대로 달성될 수 없다고 설명. 또 서울∼대전 구간만 건설할 경우 이용객수가 현저히 감소하고 이미 계약이 체결된 철도차량 도입의 구간당 단가가 올라가는등 사업자체의 경제성도 떨어져 막대한 부실요인만 누적된다는 입장. 재경원은 따라서 서울∼부산구간을 동시에 건설하되 공기연장과 사업비 증가등에 따른 추가적 재정부담은 다른 절약방안등을 통해 강구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밝히고 있다. 예컨대 정치적 압력으로 지하노선을 건설키로 한 대구·대전구간을 지상화할 경우 4천5백억원가량 예산을 절감할 수 있고 기존선로를 활용하면 추가적인 예산절감이 가능하므로 일부 구간의 건설보류대신 다양한 예산절감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경원은 따라서 오는 6월까지 나올 경부고속철도건설에 관한 전반적인 용역결과에 따라 사업전체에 대한 타당성검토와 총필요 재원을 산출한뒤 전반적인 틀 속에서 재원조달 방안등을 마련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재경원측도 김의장의 지적대로 부실공사에 따른 공기연장등 다양한 이유로 당초 2001년까지 예정된 공기가 당초 계획보다 연장되고 현재 10조7천억원으로 책정된 사업비도 대폭 증액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최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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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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