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진화하는 에셋 매니지먼트]<1> 자산관리 시장을 잡아라



강남의 자산가 A씨는 지난 2006년 5월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지점에 42억원을 맡겼다. A씨 자산의 70%는 국내ㆍ외 펀드에, 20%는 주가연계증권(ELS)에, 10%는 채권에 투자됐다. 9월말 현재 A씨의 자산은 79억원으로, 4년여만에 무려 84%가 늘었다. A씨 자산은 2년만인 2008년 5월 66억까지 늘었다가 미국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그해 10월 43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A씨는 자산 포지션을 그대로 유지했고 이후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익률도 상승하기 시작했다. 현재 A씨의 포트폴리오는 랩어카운트가 56억원, ELS가 7억원, 펀드와 채권이 각 6억원, 기타가 4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처음 가입할 때에 비해 펀드비중은 줄이고 대신 우량 기업에 집중적으로 운용하는 랩어카운트의 비중을 늘려나간 것이 높은 수익률로 돌아온 셈이다. 최근들어 저금리와 부동산 침체로 투자자들이 자산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A씨의 사례처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고액 자산가들의 뭉칫돈이 증권가로 몰려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증권사들간의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고객들의 성향에 따라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 등 맞춤형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주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일반 고객들에까지 확대하고 있다. ◇900조 시장을 잡아라=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국내 자산관리 시장은 900조원에 달한다. 법인이나 개인들이 증권사나 은행ㆍ보험회사 등에 맡긴 순수 자산관리 시장 규모만 560조원에 이르고 펀드시장이 270조원, 퇴직연금 규모가 19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순수 자산관리시장 가운데서는 금융투자업계에 310조원이 몰려 있고 은행권에는 250조원이 들어와 있다. 금융투자업체의 자산관리 대상은 지금까지는 법인이나 기관투자자의 자금이 많았지만 점차 개인들의 자금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개인 자금은 CMAㆍ랩어카운트 등을 중심으로 100조원 정도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가계 금융자산 규모가 2,004조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개인 부문의 자산관리 시장도 엄청나게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관리의 중요성은 아직까지 시장에서 배제돼 있던 이런 가계금융자산의 연간 운용수익율을 1%만 높인다 해도 늘어나는 운용수익은 20조원이나 된다는 데서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상장기업 전체 당기순이익(55조원)의 3분의1에 이르는 규모다. 임형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산관리업무는 당연히 투자자 특성별로 차별화된 투자상품이 요구된다”며 “또 고액 자산가 대상의 전문적인 고부가가치ㆍ고비용 서비스와 일반 투자자 대상의 저비용ㆍ안정성 중심으로 서비스로 체계화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자산가들 모셔라” 증권사들 혈전= 자산관리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금융기관들의 시장 확보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증권사들은 자산관리(WM.Wealth Management)사업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ing)사업과 함께 증권업의 양대산맥을 형성할 것으로 판단,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과 손잡는 등 시장공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증권업계의 경우 80년대에 CMA가 도입되고 90년대에 퇴직연금시장이 발달하면서 위탁매매의 비중이 30%미만으로 떨어지고 WM부문과 IB이 급성장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CMA에 결제기능이 허용되면서 위험자산 관리의 플랫폼으로 부상했고 증권사의 자산관리사업인 랩어카운트에 자금이 몰리면서 미국의 추세를 닮아가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9월말 현재 지점 예탁자산이 102조원으로, 올들어 16조원, 2009년 이후로는 무려 40조원이 늘었다. 삼성증권은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의 SNI지점을 핵으로 특히 수십억원대 고액자산가(VVIP)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또 이달 초 장충동 호텔신라에 SNI지점을 추가했으며 다음달 초에는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 SNI지점도 문을 연다. 고객에게 보다 가깝게 가겠다는 전략이다. 박경희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지점장은 “투자가들은 시장에 대한 미래의 장미빛 수치보다는 투자자산에 대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갖고 싶어한다”며 “랩어카운트의 성공은 이 같은 투자자들의 니즈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대우증권도 서울 청담동에 ‘PB클래스 갤러리아 지점’를 운영하면서 강남지역 고액자산가를 타깃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강남파이낸스센터빌딩에 고액자산가 대상의‘프리미엄블루 강남센터’를 오픈했다. 이 센터는 강남의 주요 지점 5곳(압구정ㆍ서초ㆍ도곡ㆍ청담ㆍ방배)을 통합해 집중시킨 것이다. 강남파이낸스센터에는 삼성증권이나 은행계 프라이빗뱅커(PB) 등도 입주하고 있어서 VIP들을 위한 PB점포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이동률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엄블루 강남센터장은 “다양한 고객들의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분야의 전문가 PB를 모았다”며 “대형화와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투자자 상대 자산관리 시장도 확대= 증권사들은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내세워 일반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산관리 영업도 강화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옥토’ 서비스를 내놓은 이래 삼성증권이 ‘POP’을, 대우증권이 ‘스토리’를, 현대증권이 ‘QnA’를, 한국투자증권은 ‘아임유’를 각각 운용하고 있다. 최근 성과가 좋아지면서 우리투자증권 ‘옥토CMA’ 잔고는 지난해말 3조2,000억원에서 9월말 현재 3조8,0000억원으로 늘었다. 또 삼성증권의 간판인 ‘팝골든랩’ 역시 연초 8,200억원의 잔고가 9월말 현재 2조2,000억원으로 급증했고 현대증권의 ‘QnA랩’ 은 같은 기간 2조5,000억원에서 6조1,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는 고객의 주식과 채권ㆍ펀드 등 자산을 투자자 개개인에 최적화시켜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그동안 PB들이 고액자산가들에게만 제공했던 것을 시스템화시켜 일반 투자가들에게 확대시킨 것이다. 자산관리 서비스가 일반 투자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을 감안, 광고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증권이 ‘남자의 자격’ 팀을 모델로 사용하자 현대증권은 ‘컬투’로 맞섰으며 한국투자증권은 방송인 박지윤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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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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