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터키 전선

월스트리트저널 10월22일자

미국 하원에서 오스만 터키 제국의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결의안을 둘러싼 소동과 터키의 쿠르드족 소탕을 위한 이라크 북부 침공 위협은 미국과 터키 간 관계가 순탄치 않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양국 지도자들은 이번 위기에서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미국과 터키의 이익이 일치하며 지금도 냉전 시대에 협력했던 것 이상으로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터키 의회가 이라크 국경에 대한 월경을 승인한 것은 주목할 만한 것이다. 이 조치는 쿠르드노동자당(PKK) 소속 게릴라들이 13명의 터키 군인을 살해하고 1주일여 뒤 지나 내려진 것으로 민주주의 정부라면 그런 공격을 좌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간 터키는 북부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배제하고 그보다는 쿠르드족과 미국이 PKK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길 원했다. 그랬던 만큼 이번 터키 의회의 승인은 터키 국민이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보낸 경고와도 같다. 이런 가운데 미국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 지도부는 터키 국민의 눈을 찌르는 행위를 했다. 1차 세계 대전 당시 오스만 제국(지금의 터키)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분리 독립을 요구한 아르메니아인 150만 명을 학살한 사건을 비난하는 내용의 안건을 결의한 것이다. 이 결의안은 터키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이라크 내에서 애써온 미국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가게 할 것이다. 특히 미국에 협조적이던 레젭 타입 에르도간 터키 총리의 입지도 반미 감정에 의해 줄어들 여지가 커졌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 결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결국에는 이를 재고할 것이다. 데이비드 페트라우스 이라크 주재 미군 사령관 같은 인물은 이 결의안에 반대했으며 지난 2000년에도 로비에 의해 이 결의안은 좌초된 바 있다. 미국은 이라크 북부 지역 쿠르드족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 이라크 내 쿠르드 자치 지역 수반인 마수드 바르자니에게는 PKK가 북부 이라크 지역 번영에 위협적이며 또한 그의 터키에 대한 공격적인 언사가 PKK와의 공모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환기시켜야 한다. 터키는 이란의 핵무장에 반대하는 등 미국으로서는 절대 필요한 파트너다. 에르도간 총리는 다음달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 쿠르드족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미국과 터키 간의 협력은 너무나 중요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