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눈 딱 감고 삼키다

제8보(122~138)


최철한의 의도는 중원을 최대한 흑의 집으로 굳히면서 동시에 백의 실리를 최소한으로 만드는 것이다. 뤄시허의 목표는 최철한과 정반대. 중원의 흑진을 삭감하면서 백의 실리를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누구의 뜻대로 바둑이 진행될까. 김성룡9단의 말을 들어 보았다. “중원의 흑진은 이미 거의 굳어진 상태니까 바둑은 흑쪽이 유망합니다. 미세한 대로 흑이 덤 이상 이길 것 같습니다.” 뤄시허가 30으로 붙이자 최철한은 잠깐 망설이다가 손을 빼어 흑31로 중원을 지켰다. 지극히 현명한 판단이었다. 참고도1의 흑1로 젖히고 싶지만 백2로 되젖힐 때 응수가 곤란하다. 흑3이면 백4로 흑이 걸려든다. 그렇다고 참고도2의 흑1로 자중하면 백은 2에서 6으로 모양을 갖출 것인데 이 코스는 흑의 불만이다. 흑33은 공격의 급소. 백34로 반항해 보았지만 흑35로 안형을 빼앗자 좌변은 고스란히 흑진으로 변해 버렸다. 여기까지 노타임으로 일관하던 뤄시허의 손길이 갑자기 얼어붙었다. 뭔가 흐름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그는 3분쯤 호흡을 가다듬고는 36으로 쳐들어갔다. 흑37은 수습의 맥점. 여기서 뤄시허는 눈 딱감고 38로 하변의 흑 6점을 삼켜 버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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