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의 가르침 가운데 ‘무재칠시(無財七施)’라는 것이 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보시가 있다는 뜻이다.
석가는 이 가운데 ‘화안시(和顔施)’와 ‘언사시(言辭施)’를 으뜸으로 꼽았다. 부드러운 얼굴로 남을 대하고 좋은 말로 베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 말이 새해 벽두부터 가슴에 와 닿는 이유는 뭘까.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반목과 질시가 아니라 다시 한번 희망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희망과 비전이 없으면 미래는 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 국민 대부분은 ‘우리에게는 희망이 없다’며 온통 부정적인 생각뿐이다. 일차적인 까닭은 생활의 어려움에서 비롯됐다. 실제 지난 한해 동안 우리 국민들의 얼굴에는 웃는 모습이 거의 없었다. 치솟는 집값 때문에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이 갈수록 멀어지고 국가경제는 물론 국민들의 체감 생활수준도 급격히 추락했다.
일부 지도자들의 말장난도 국민들을 부정적으로 만든 근인(根因) 가운데 하나다. 지도자들이 쉽게 내뱉은 말에 국민들이 받은 스트레스와 정신적 쇼크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분노와 울분마저 느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누가 어떤 말을 해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생각 없이 꺼낸 말은 온갖 시비와 불화의 근원이 된다. 특히 도를 지나친 말은 총이나 칼보다도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준다. 올해는 가뜩이나 대선까지 겹쳐 말로 인한 상처와 반목이 더욱 커질 우려가 높다. ‘올해가 지난 몇 년보다 더 걱정’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국민을 놀라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책임지지 못할 말로 국민에게 아픔을 줘서는 안 된다. 대선을 의식한 선심성 공약이나 깜짝 비전도 자제해야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말과 발상은 되레 상황만 악화시키고 분열을 조장한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마음의 문을 열고 따듯한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석가가 ‘심시(心施)’를 일곱 가지 보시 가운데 셋째 덕목으로 꼽은 것은 마음을 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굳이 묻지 않고 상대의 속을 헤아려 도와주라는 ‘찰시(察施)’의 의미도 되새겨야 한다. 국민의 염원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말을 하라는 것이다. 마음을 열고 좋은 말로 해야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