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사실에 저자의 상상력을 덧댄 팩션(fact+fiction)의 열기가 출판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남한산성ㆍ논개 등이 문학부문 베스트셀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으며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그림을 소재로 한 '바람의 화원'도 팩션 매니아의 관심권에 들었다. 올해 출간된 팩션소설이 대부분 장편이라면, 단편이면서도 인문학적인 요소를 강화한 팩션도 출판계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책은 조선시대에 벌어졌던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성리학을 통치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시대, 철저하게 배격됐던 연애와 사랑 등 러브스토리에서 간통ㆍ동성애 등 당시로는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들을 역사적 기록에서 찾아내 살을 붙였다. '바람의 화원' 등 대부분의 팩션 소설이 20부작 이상의 장편 드라마에 비유한다면, 짤막한 이야기 16개로 이루어진 이 책은 단편 드라마에 해당된다. 최근 역사서의 경향 중 하나인 미시적인 접근 즉, 왕이나 사대부에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집중해 주인공이 이웃처럼 친근하게 다가오게 한다. 책은 출간된 지 한달 만에 2만권 이상이 팔려나가면서 교보문고 인문서적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역사와 인문서적의 독자 대부분이 남성이지만, 책은 사랑과 연애라는 비교적 '말랑말랑한' 소재 덕분인지 20~30대 여성 직장인이 많다. 독자 중 40%가 여성이라고 출판사측은 설명했다. 저자 프리미엄도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데 거들었다. 저자는 지난해 6만권 이상 팔려 베스트셀러가 된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과 같은 이수광 씨. 그는 조선왕조 실록 등에서 기록을 찾아내 소설가다운 감칠맛 나는 글쓰기로 조선시대 억압되고 금기시됐던 사랑과 연애 스토리를 풀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