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전쟁 당시 지리산에서 서로 총구를 겨누고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빨치산과 토벌군 생존자들이 반세기만에 다시 지리산에서 만난다.
경남 함양군 마천면사무소는 한국전쟁 때 인민군사령부가 있었던 마천면 백무동에서 오는 26~28일 '제7회 지리산천왕축제'를 연다고 18일 밝혔다.
축제에는 당시 지리산에서 빨치산으로 활동했던 송송학(77ㆍ사천시) 정구현(80ㆍ진주시)씨와 토벌군으로 참가했던 윤갑수(83ㆍ함양군) 이동식(85ㆍ함양군)씨 등 생존자 4명이 참석해 화해의 만남을 갖는다. 특히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위원장에게 우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촉구하는 내용의 편지를 발송할 계획이다.
이들은 "전장에서 자신들에 의해 죽어간 넋들에게 사죄하고 지난 날의 상처를 치유하는 길은 조국통일만이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며 "당시 좌우익은 물론 억울하게 죽어간 주민들을 위해 합동위령탑 및 위령비 건립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고 축제 관계자들은 전했다.
지리산천왕축제는 2001년 경남도의 빨치산루트개발사업 완공을 기념하고 통일열망을 위해 마천면내 사회단체와 주민들이 열어 왔다.
올해는 축제 첫날 지리산 오도재에서 천왕제 제사와 살풀이 공연에 이어 27일 백무동에서 '원한 맺힌 땅' 공연, 행운의 축포쏘기, '백두대간의 꿈'이란 제목의 시낭송, 상여놀이, 평화콘서트 등이 펼쳐진다. 상여놀이에는 지리산에서 토벌군으로 활동한 이동식씨가 소리꾼으로, 빨치산과 토벌군 생존자들 그리고 주민들이 상여를 매는 상부꾼으로 각각 참여해 전쟁 중 상여도 타지 못하고 죽어간 이들의 고혼(외로운 떠돌이 혼)을 달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