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상생의 물꼬를 트자

새해를 맞이하는 기업인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하다. 정치자금 수사와 길고 긴 내수 불황의 터널에 지친 모습을 보여주듯, 재계 인사들의 얼굴에는 여전히 잿빛의 어두운 그림자가 걷히지 않고 있다. 주요 그룹 회장과 경제 단체장들이 내놓은 신년사에는 이런 상황의 단면들이 그대로 묻어났다. 대다수 기업인들에게 “자만하거나 방심하면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다”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말은 차라리`높이 오른 자`의 여유있는 목소리처럼 들렸을지 모른다. 갑신년 새해를 맞이한 지금, 기업인들을 짓누르는 우려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기업인들의 걱정은 불행하게도 우리 국민 모두에게 따라붙은 불안의 그림자와 너무나 일치하기 때문이다. 어느새`보통명사`로 돼버린 반(反)기업 정서는 사회 각 계층에 퍼져 있는 갈등과 분열의 싹이 경영을 하는 기업인에게 뿌리와 잎새로 옮아 붙은 결과물이다. 경제 저변에 깔려 있는 양극화 현상은 수십년 노정돼온 왜곡된 사회구조가 경제 현상으로 착근된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기업의 CEO(최고경영자)들이 직원들을 향해 미래를 향한 덕담보다는 현재의 불안함과 긴장을 전달하게 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현상이지 않을까. 그렇다고 이런 어두운 그늘에 지쳐 고개를 떨굴 수도 없는게 우리 기업인들의 현실이다. 기업인들은 지난 1년을 `잃어버린 세월`이라고 치부해왔다. 역으로 생각하면 그들에게는 더 이상 잃어버릴 여유조차도 없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새해 경영 슬로건으로 내건 것처럼, `이제는 변화할 때`(Time To Change)` 다. 그리고 그 해답은 `상생(相生)`이란 단어에서 찾아야 한다. 정치와 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이들 모두를 아우르는 공생의 미학이야 말로 새해를 맞이한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가 아닐까. 우리에게는 지금 서로를 헐뜯고, 분열의 상처에 매몰될만한 시간이 없다. <김영기 산업부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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