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2006 한국건축문화大賞] 계획부문 대상

[거문도 수산물거래센터] 거문도 역사·자연가치 최대한 살려

거문도 복합수산물직거래센터 설계안은 거문도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자연적 가치를 최대한 살리면서 설계공모 주제인‘도농상생(都農相生)’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한국건축문화대상 계획부문 대상을 받은 ‘거문도 복합수산물직거래센터 설계안’은 거문도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자연적 가치를 살리면서 설계공모 주제인 ‘도농상생(都農相生)’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설계안은 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 고도 거문리의 1만3,310평 대지에 지상 4층짜리의 복합수산물직거래센터를 건립하는 것이다. 이 직거래센터는 거문도 여객터미널과 높이 106m의 산인 회양봉을 연결하는 건축물로 고깃배에서 수산물을 곧바로 하역할 수 있는 해안에 맞닿도록 설계됐다. 직거래센터 안에는 물류저장시설, 소매점, 도매ㆍ경매시설과 보건소ㆍ동사무소ㆍ마을회관 등 공공 및 지역커뮤니티시설이 갖춰졌다. 설계자 서윤승(홍익대 일반대학원 3학기 과정)ㆍ최미경(부경대 건축학부 5학년)씨가 대지를 거문도로 선정한 것은 거문도가 가지고 있는 3가지 특징 때문이다. 거문도의 거문리는 여객터미널 등 도시민과 어촌민이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마련돼 있고 산과 바다라는 서로 이질적인 자연환경이 공존하며 일제 강점기 건축물ㆍ영국군 묘지 등 과거 역사적 흔적들이 아직도 남아 있는 곳이다. 거문도는 1880년대 한반도를 둘러싼 서구 열강들의 세력다툼 속에서 러시아의 남하를 막기 위해 한반도로 들어오기 위한 길목을 찾던 영국군의 지배를 3년간 받았고 1930년대에는 대륙정벌에 나선 일본군의 병참기지로서 수탈을 겪었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섬이다. 서윤승씨는 “거문도는 과거 역사기록을 볼 때 서구 열강들의 이권다툼으로 중간에서 치이는 동네북과 같은 기억을 간직한 곳”이라며 “도시민과 어촌민, 바다와 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중간자적 위치에서 새로운 발전의 가능성을 찾겠다는 뜻에서 거문도를 건축물의 대지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설계자는 우선 직거래센터를 수산물의 보관ㆍ흥정ㆍ판매ㆍ경매 등의 장소로 구상했다. 이를 위해 어선의 수산물을 수협에 도매로 넘길 수밖에 없는 지금의 일자형 어선 정박장 대신 작은 어선이 들어오는 바닷길을 대지 안으로 끌어들였다. 여기에는 어선이 싣고 온 수산물을 직거래센터 안에서 분류ㆍ보관 뿐만 아니라 소매까지 할 수 있도록 해 도시민과 어촌민의 소통을 활발하게 하려는 설계자의 뜻이 담겨 있다. 또 바다와 산을 연계해 스쿠버다이빙 등 바다의 레저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거문도에서 일일 자연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여객터미널에서 직거래센터로 연결된 동선이 회양봉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램프를 만들고 회양봉에는 도시민들이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과일농장, 조경시설, 교육장 등이 갖춰진 생태학습장을 설치했다. 아울러 역사적 흔적으로 남아 있는 직거래센터 주변의 건축물들을 개조거나 선큰 또는 상업공간을 조성, 이곳에서도 상거래와 교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사람·환경 교감하는 건축설계하고 싶어요"
서윤승홍익대 대학원(건축학과) 3학기 과정 최미경 부경대 건축학부 5학년
“대학시절 마지막 공모전에서 큰 상을 받게 돼 정말 기쁩니다. 주제가 재미 있어서 응모해야겠다고 마음 먹었고 작품을 만들고 나서 가슴 벅찼어요. 그런데 전통과 권위가 있는 대상까지 받고 보니 더욱 자랑스럽습니다. 건축설계에 대한 자신감도 갖게 됐지요.” 서윤승(홍익대 대학원 건축학과 4학기과정ㆍ왼쪽)씨와 최미경(여ㆍ부경대 건축학부 5학년)씨는 ‘거문도 수산물직거래센터 계획안’으로 올해 건축문화대상 설계부분 대상을 받은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두 사람은 부경대 건축설계 동아리의 선ㆍ후배 사이로 지난 2004년 건축문화대상 공모전에 처음 참가했으며 올해 두번째 출품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두 사람에게는 대상 수상 외에 출품 만으로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출품자가 심사위원들 앞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공개심사제도가 도입돼 부족하거나 보완할 점을 파악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윤승씨는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미처 생각 못한 부분을 공개심사 자리에서 알게 됐다”며 “앞으로 건축설계를 할 때 여러 측면을 고려해야겠다는 의지도 다졌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거문도를 작품의 대지로 삼은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윤승씨의 역사의식과 미경씨의 거문도 연고가 배경이 됐다. 윤승씨는 거문도가 가지고 있는 아픈 역사에 주목했고 미경씨는 부모님의 고향이자 친척이 어장을 운영하는 거문도의 생활상에 익숙한 점에 관심을 가졌다. 윤승씨는 “저와 미경씨는 모두 부산출신으로 부산 기장군 대변항 등 어촌 생활을 보고 자라와 ‘도농상생’을 주제로 한 작품설계에 자신감을 가졌다”며 “바다와 산이 공존하는 거문도의 대지가 가지고 있는 특성은 건축학적으로 풀어나가는데 재미있는 소재였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모두 대학원이나 대학을 졸업하면 건축설계사무소에 취직하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학교가 건축에 대해 개념적이거나 계획적인 측면을 배우는 곳이라면 건축사무소에서는 실제 건축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승씨는 “건축가가 되면 건물 하나를 짓더라도 그 건물에 주변사람이나 대지 등 많은 얘기를 담을 수 있고 서로 교감할 수 있는 건축물 설계를 하고 싶다”며 “특히 기념대상 또는 전시물과 관람객을 연결해주는 기념관이나 전시실 설계에 관심이 많다”고 장래포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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