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7월16일] <1449> 방위세


17.6%. 우리나라의 1976년 조세부담률이다. 요즘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지만 전년의 13.8%에 비해서는 무려 3.8%포인트나 높아졌다. 급증 원인은 1975년 7월16일 공표된 방위세. 월남 패망과 1971년 주한미군 7사단을 본토로 빼간 미국이 2사단까지 철수할 움직임을 보이자 방위국채 발행과 목적세 신설을 검토하던 유신정권은 후자를 골랐다. 방위세는 광범위하게 적용됐다. 재산세와 상속세ㆍ자동차세 같은 세목은 물론 전화요금과 광고료, 사치성 소비행위, 수입품에 이르기까지 2.5%~30%씩의 세금이 붙었다. 늘어난 부담에도 조세저항은 거의 업었다. 서슬 퍼런 유신정권하에 안보위기론이 한창인 상황에서 함부로 이의를 달지 못했다. 2003년 작고한 소설가 이문구는 월간지 연재소설에 방위세를 비난하는 16행을 실었다는 이유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2박3일간 취조를 당하고 ‘서울을 떠나라’는 종용까지 받았다. 5공 정권에서는 정주영 전경련 회장이 방위세 때문에 소득세를 최고 89%까지 내야 하는 현실의 개선을 요구하다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전경련 회장 사퇴 압력을 받기도 했다. 세목 도입에서 세 차례 연장된 끝에 1990년 폐지될 때까지 걷힌 방위세는 국세 수입의 14.6%를 차지하며 군비증강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징수액 전액을 전력증강 투자비로 사용한다는 당초 계획과 달리 1979년부터는 국방 일반투자사업에도 쓰였다. 국방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를 넘긴 것도 방위세 덕분이다. 세율체계가 복잡한 목적세는 아직도 교육세와 교통세ㆍ농특세 등이 남아 있다. 정부는 이를 단계적으로 폐지할 예정이지만 교육계의 반발에 봉착한 상태다. 걱정도 앞선다. 재정여건이 급속도로 나빠져 새로운 목적세가 생길까 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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