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내년부터 외채상환 부담 가중

7월 발표된 우리나라 총외채(총대외지불부담) 현황을 보면 안도와 우려가 교차한다. 올해 7월까지 우리나라의 총외채는 1,522억6,000만달러로 97년말에 비해 21억8,000만달러 줄어 들었다. 외환위기의 주요인으로 간주되었던 단기외채도 97년말 총외채에 대한 비중이 44.3%에서 25.2%로 20%포인트 가까이 낮아졌다. 반면 8월 가용외환보유액은 429억달러 수준으로 97년말에 비해 340억달러 가량 늘어났다. 이러한 통계는 이제 우리나라가 외채문제나 외채문제에 따른 외환위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향후 외채상환 계획을 보면 외환수급이 넉넉하지만은 않다. 우선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장기외채가 186억6,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단기외채에 대한 만기연장을 90%로 상정할 때 내년 상반기까지 갚아야 할 단기외채는 51억달러에 이른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까지 갚아야 할 외채는 총 240억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현재 불안정한 세계금융시장을 감안하면 상환해야 할 외채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세계금융시장의 불안 확산으로 국제 금융기관들이 단기외채 만기연장을 거부할 경우 63억달러가 추가적으로 늘어나게 되어 내년 상반기 중 외채상환 부담이 만만치 않게 된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향후 몇 년간 외채상환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올해 초 만기 연장된 금융기관 단기외채는 내년에는 37억달러만 갚으면 되지만 2000년 4월에는 97억달러, 2001년 4월에는 82억달러나 상환하여야 하는 등 외환수요 압력은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다. 반면 내년 새로 들어올 국제통화기금(IMF) 자금은 10억달러에 불과하고, 외평채 유통금리가 16%로 폭등하여 새로 조달하는 자금에 있어 금리부담이 2배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등 외환공급 사정은 밝지 않다. 특히 감소세로 돌아선 수출과 외국인직접투자가 개선되지 않으면 향후 2∼3년간 외환수급에 있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외채상환부담은 어떠한가. 흔히 경상 GDP 대비 외채비중의 장기적인 추세를 통해 이를 알아볼 수 있다. 이 수치가 점점 커질 경우 해외채권자들은 상환능력을 의심하여 이를 독촉하게 되고 결국 외채상환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반대로 이 수치가 점점 적어질 경우 외채의 만기연장이 용이하고 외채금리도 낮아 외채상환에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이 수치가 지속적으로 커진다는 것은 외채의 증가율이 명목경제성장률(경상GDP 증가율)보다 큰 것을 의미한다. 외채는 경상수지 적자나 외채금리의 상승으로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나 외채금리의 상승으로 외채의 증가속도가 성장률보다 높아지면 경상GDP 대비 외채비중이 시간이 흐를수록 커져 결국에는 외채상환 불능상태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경상수지 흑자기조 유지나 원활한 구조조정 등을 통한 외채금리의 하향조정 등을 통해 외채상환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성장률을 높게 유지하여 경상GDP 대비 외채비중을 점점 낮출 수 있다. 성장률이 높아질 경우 이에 따른 수입확대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축소되어 외채가 보다 빠르게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외채의 증가율보다 성장률을 높게 함으로써 갚을 만한 능력을 제고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정부가 경기부양쪽으로 정책방향을 선회한 것은 외채부담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금년과 같이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향후 수년간 저성장이 계속된다면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더라도 외채상환부담은 계속 커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경기부양을 통해 성장률을 높임으로써 외채상환 능력을 제고하는 것이 외채상환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으며, 사회간접자본의 투자확대, 수출금융 지원 등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외환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국내금리 지난 주 시장금리는 특별한 재료가 없는 가운데 보합세를 보였다. 금융시장내의 유동성 호조에 따른 금리하락 압력이 외환시장 불안 및 지속적인 채권발행 물량 출회로 인한 금리상승 압력과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이 주중내내 이어졌다. 시장금리가 보합국면을 유지한데는 현 금리수준을 고수하고 싶어하는 금융당국의 의지도 상당부분 반영되었다. 정부는 주초에는 예정에 없던 재정자금을 방출하는 등 금융기관들에 유동성공급을 확대하면서 금리안정을 유도하기도 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과도한 금리하락이 외환시장 불안을 가중시킬 것을 우려하여 주중반에는 시중자금을 회수해 콜금리가 8%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도 했다. 이에 따라 회사채수익율은 12..3∼12.5%사이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고, CD와 CP금리도 주중내내 거의 변동없이 소강상태가 지속되었다. 시장금리의 조정국면은 추석이 다가오는 이번 주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내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하기는 하지만 추석자금 수요가 본격화되는 것이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고 환율상승세가 꺾이기는 했지만 아직도 외환시장의 불안정한 모습이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석이후에는 다시 금리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급등했던 원·달러환율이 조정양상을 보이고 있고 외평채 가산금리도 크게 떨어지고 있는 등 외환시장이 안정을 회복해감에 따라 그 동안 금리하락을 제약했던 외환시장 불안감이 점차 가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대업들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도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회사채발행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데다, 추석 이후 본격화될 경기부양책으로 유동성이 더욱 풍부해지면서 금리하락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黃仁星【삼성경제연경제동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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