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환 대북송금 특별검사팀은 17일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현대측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하고 경위와 사용처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 파장이예상된다. 또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대출외압 관련,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사법처리하는 한편 향후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과 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도 신중히 검토하기로 했다.
◇특검, 현대 거액 비자금 조성혐의 포착= 특검팀은 대북송금의 흐름을 쫓는 과정에서 현대그룹측이 2000년 4~5월 양도성예금증서(CD)를 사채시장에서 현금으로 돈 세탁하는 등 100억원 안팎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했다. 실례로 한 사채업자가 현대측이 구입한 1억8,000만원짜리 CD를 식당 주인 계좌에 입금시켰다가 현금으로 빼낸 사실이 이날 확인됐다. 특검 관계자는 “현대 계좌추적 과정에서 거액 세탁 사실을 포착해 정치권으로 흘러 갔는지 조사 중”이라며 “계좌추적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이와 관련, 명동의 사채업자 5-6명을 16일 밤부터 소환 조사한데 이어 17일 정몽헌 회장을 상대로 자금 조성경위를 조사했다.
비자금 수사는 최근 특검 수사범위와 연장을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뤄져 주목되며 수사결과에 따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현대는 그동안 2000년 4ㆍ13 총선을 전후해 여야 정치인들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박지원씨 사법처리로 DJ 겨냥 차단= 이날 박지원-정몽헌-이익치 3자 대질 과정에서 박 전 장관과 정 회장은 각각 “현대측에서 정상회담 제안을 듣고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북측과 협상에 나섰으나 5억달러 송금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5억달러 송금이 정상회담 성사에도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본다”며 뚜렷한 시각차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분신으로 불리는 박 전 장관으로선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까지 가지 않도록 방화벽을 치는 것이고, 정 회장으로선 현대측의 책임을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다.
여하튼 특검팀으로선 박 전 장관을 이기호 전 수석(17일 직권남용과 배임혐의로 구속기소)을 통해 산업은행의 현대 대출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사법처리함으로써 김 전 대통령 조사 문제 등을 놓고 비교적 부담을 덜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