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이별 준비'

원인기(서브워커 사장)

최근에 친구 하나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군대에서 ‘열중 쉬어’ 할 때에도 예령과 동령이 있고 활을 쏠 때에도 시위를 당기는 준비동작이 있으며 문을 열기 전에도 반드시 우리는 노크라는 것을 하지 않는가. 하물며 사람이 가족과 친구를 놔두고 이 세상을 떠나는데 그렇게 허망하게 가버릴 수 있다는 말인가. 50대 중반의 그는 유능한 사회인이요, 성실한 가장이었다. 지난해 가을에는 통신계통의 회사 하나를 시작했고 평소 주위 친구들에게는 양보를 잘하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었다. 지난해에는 2박3일에 걸친 지리산 종주를 했을 정도로 평소 건강도 양호했으며 연말이면 연하장 대신 아름다운 해맞이 글로 주위 사람들을 축복해주고는 했다. 항상 자기를 속죄하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으며 땅을 밟고 살고 싶다며 서울에 있던 집을 용인의 민속촌 근처의 조그만 텃밭이 달린 농가로 옮긴 소박한 사람이었다. 친구의 죽음은 나로 하여금 많은 상념에 잠기게 했다. “세상에 태어나 올바르게 사는 것으로 생이 연장되고 바람직한 죽음이 보장되는 것이 아닐 수도 있구나. 죽음 자체가 바르게 사는 순서대로는 더더욱 아니로구나. 그래서 죽음을 ‘천운’이라고 하고 ‘죽는 복도 타고난다’고 했나 보다”라는 생각 등등….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남은 시간 동안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철학자인 안병욱 교수는 ‘젊은이여 희망의 등불을 켜라’라는 책에서 “삶이란 배우는 것이요, 일하는 것이며, 그리고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여기에 몇 마디를 덧붙여본다. 우선 돈ㆍ부귀ㆍ명예를 탐하는 마음, 즉 욕심을 줄이자. 다음은 규범에 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순수한 마음과 행동을 몸에 배게 하자.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살아오는 과정에서 배우고, 누리고, 얻은 모든 것들을 가족과 친구와 이웃들에게 되돌려주자. ‘이별 준비’라는 말이 있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눠주고 내가 진 빚을 갚는 자세가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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