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청소년 경제 교육의 현주소

경제신문사 기자 아빠를 둔 큰 아들이 지난 중간고사 때 ‘경제’에서 80점을 맞아왔다. 명색이 신문사에서 경제 한 우물만 판 아빠로서 자식에 대한 경제교육에 소홀했다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했다. 아이들에게 평소 경제교육을 생활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과 함께. 두 가지를 실천하기로 했다. 우선 용돈 쓰는 것을 생활화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그리고 아침마다 경제신문을 읽도록 도와주기로 했다. 아빠가 쓴 기사를 읽어보면 경제에 대해 한발 짝 다가서는 것이 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용돈을 그동안 주급으로 주던 방식에서 월급제로 바꿨다. 주급으로 주다 보면 매주 소비하는 데 익숙해지는 반면 월급으로 주면 한 달간 사용할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장점도 있으리라 여겼다. 매월 아이들 이름으로 주식형 적립식펀드를 만들어 간접투자와 직접투자를 체험하도록 한 것도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소비를 효율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체크카드’ 사용을 권장하고 막상 은행에 들러 가입하려 했지만 들은 답은 ‘안된다’였다. 미성년자는 체크카드 가입이 안된다는 설명이었다. 사실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올바른 소비와 신용에 대한 개념을 인식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신용불량 상태에 빠진 사람이 신용카드는 사용할 수 없지만 체크카드는 가입이 가능하다. 자신이 예금 잔고를 보유한 한도 내에서 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현금카드와 함께 용돈을 넣어둔 통장을 아이들에게 건넸다. 이튿날 작은 아이에게서 옛날처럼 용돈을 주급으로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작은 아이는 “책 한 권을 사기 위해 1만원을 현금카드로 뽑다 보니 수수료가 600원이나 나갔다”고 푸념했다. 은행들이 수익을 맞추기 위해 모든 자동화기기 이용에 수수료를 부과한 것을 아이가 현실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얼마 전 금융감독원이 전국의 초ㆍ중ㆍ고등학생 4,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금융지수는 100점 만점에 40점대에 불과해 미국의 51.9점에 비해 10점 이상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청소년 금융교육은 어느 한 가정에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학교에서 주입식으로 경제학 이론을 가르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만도 아니다. 사회 시스템 전체가 경제교육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불합리한 제도는 보다 합리적으로 개혁하고 이에 수반한 투자를 실시하는 것이 마땅하다. 미래의 금융 소비자들에 대한 교육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높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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