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골프볼 글로벌 브랜드화 전초기지로 '우뚝'

'볼빅' 충북 음성 공장 가보니…<br>코어·재료·딤플 배열 36종 국제특허 보유 세계적 기술력 자랑<br>"공격적 마케팅으로 해외제품과 맞설것"

한 프로골퍼가 레이더 계측 스윙분석 장치인 트랙맨을 활용해 볼을 테스트하고 있다. 왼쪽은 스윙 로봇.

코어 성형 기계

생산 최종 단계인 건조 과정


고무 단내가 약간 매캐하게 느껴졌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는 자동화돼 있었고 각 단계를 거치면서 고무 덩어리는 몇 차례 '변태'를 하더니 어느덧 흰색이나 연두색 혹은 분홍색 옷을 입은 골프볼로 바뀌었다. 지난 4일 찾은 국내 골프볼 제조업체 볼빅의 충북 음성 공장. 1991년 완공돼 비스무스ㆍ블루90ㆍ크리스탈ㆍ프로비스무스 등을 만들어온 국내 골프볼 제조 역사의 현장이다. 지난해부터는 국내 최초 프리미엄급 4피스 볼(비스타 iv)을 생산하며 글로벌 브랜드화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국가대표 골프볼 브랜드를 키우는 곳입니다." 지난해 볼빅을 인수한 문경안(53) 회장이 반갑게 맞았다. "한국은 세계적인 골프 강국이지만 이상하게도 골프용품 산업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능보다 브랜드를 먼저 따지는 생각이 골퍼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지요. 기술력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반드시 우리 브랜드를 키워 해외에 알리겠습니다." 60여명의 직원이 일하는 이곳 음성 공장은 하루 최대 5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와 연구개발(R&D) 파트를 갖췄다. 창고에는 원재료인 고무가 산더미같이 쌓여 있고 공장 내 빈 공간마다 인쇄와 포장 등 마감 처리를 앞둔 볼 자루들이 늘어서 최근 10% 정도에 불과한 국내 시장의 국산 볼 점유율을 30%까지 높이겠다는 회사 측 의지가 묻어났다. 볼빅은 36종의 국제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볼의 성능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코어(중심핵)와 커버의 재료 배합 및 딤플(볼 표면의 오목한 부분) 배열 분야는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한다. 내측 코어에는 로봇 테스트 결과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보다 뛰어난 것으로 나타난 비거리 성능의 비밀이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많은 해외 제품의 코어가 부드러운 소재로 돼 있어 외부 충격에 의한 변형이 심한 반면 볼빅의 단단한 코어는 강한 임팩트가 가해질수록 똑바로 더 멀리 나가도록 한다. 딤플은 비행 궤적과 체공 시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각 단계마다 가열 세척 과정을 거쳐 각 층 사이의 접착력을 높임으로써 이물질이 끼거나 빈 공간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공장 2층에는 연구개발실이 있다. 해외 각 브랜드 제품을 분석하고 자사 제품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실험과 연구가 이뤄지는 곳이다. 최근에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들이 사용하는 레이더 계측 스윙 분석 장치인 트랙맨을 도입하는 등 지속적으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문 회장은 "상징적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계속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겠다"면서 "인건비가 낮은 중국 공장에서 만드는 해외 브랜드 제품보다 쌀 수도 없고 싸야 할 이유도 없다. 수출도 해외 제품보다 가격이 높을 경우에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곳에서는 해외 제품과 맞설 골프볼과 함께 국내 골프용품 산업의 희망도 함께 만들어내고 있었다.
11번 가열·가압에 성형 등 거쳐 고무 덩어리가 色色 완성품으로

■ 4피스 골프볼 어떻게 만들어지나 '구증구포(九蒸九曝)'라는 말이 있다. 한약재를 만들 때 찌고 말리기를 아홉번씩 하는 일로 정성이 깃든 일을 가리킬 때도 쓰이는 말이다. 4피스 골프볼을 만들 때 무려 11번 열과 압력이 가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숲 속으로 날아간 볼을 좀더 악착같이 찾게 될 것 같다. 골프볼의 원재료는 고무다. 원자재 형태의 고무는 첨가되는 물질과 가열 정도에 따라 내측 코어(중심핵)과 외측 코어, 내측 커버의 재료로 운명이 갈린다. 커버는 아이오노머나 설린 등 부드러운 물질로 만들어진다. 먼저 내측 코어를 성형한다. 틀에 넣고 작은 공 모양으로 간단히 만들 수 있지만 배합하는 방법에 따라 물성이 크게 달라진다. 내측 코어는 볼의 탄성과 직진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내측 코어에 외측 코어와 내측 커버(맨틀)를 차례로 입히는데 그 방법이 독특하다. 내측 코어를 약간 무른 고무 배합물 덩어리 속에 집어넣는 것이다. 반구 형태의 틀에 덩어리를 넣고 그 위에 내측 코어를 올린 상태에서 열을 가하면서 위쪽 반구형 틀로 짓누르는 것이다. 다음 겹인 내측 커버도 같은 방법으로 만든다. 각층의 사방 두께가 일정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다시 말해 볼을 절단했을 때 단면에 정확한 동심원이 나타나야 한다. 중심이 맞지 않는 이른바 '편심(偏心)'이 생기면 비행하거나 구를 때 볼에 흔들림이 생긴다. 이 부분에서 각 메이커들의 기술력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한다. 내측 커버까지 입힌 볼을 딤플(볼 표면에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 모양이 새겨진 틀에 넣고 액상으로 만든 커버 재료 물질을 관을 통해 주입한다. 커버가 응고되면 볼의 형태가 완성된다. 세척과 마킹(로고나 숫자를 인쇄하는 일), 숙성 과정을 거친 뒤 투명한 우레탄으로 코팅을 하고 건조시키면 완전한 골프볼이 탄생한다.


관련기사



박민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