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얼어붙은 투자심리 어떻게 녹이나…”/한보부도… 증권가 표정

◎‘예고된 부도’ 객장분위기 의외로 침착/“당분간 조정 650P 지지선 될 것” 전망/은행주 대규모 보유 외국인엔 큰 악재○…한보철강 부도로 증권사들은 가뜩이나 취약한 주식시장이 침체의 수렁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융기관에 1조원의 자금을 긴급 대출하는등 한보철강 부도 파장을 조기진화하기 위해 나서고 있으나 투자심리를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4일 한보의 경영권 포기 의사 표시와 한국은행의 긴급대출 발표로 주식시장이 소폭 상승했으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면서 『한보철강 하청기업 등이 한보철강 발행 어음과 채권 등에 대해 상환 요구를 해오면 투자심리 위축은 명약관화한 일』이라고 밝혔다. ○…한보철강 부도는 국내 채권 발행시장을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한보철강 채권에 대해 모두 6백50억원을 지급보증해 자금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 등 금융기관들은 부채비율이 높거나 자금악화가 우려되는 기업에 대한 지급보증 기피가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은 해외에서도 자금조달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외국인투자가들은 한보철강 무보증전환사채 4백50만달러를 보유하고 있는데 한보철강 부도로 손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해외증권 발행기업중 우성건설이 부도를 낸데 이어 건영, 한보철강이 잇따라 부도를 내 해외 한국물에 대한 인기도 동반 하락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투신권은 한보철강 부도가 조정국면에 불거진 일시적인 악재로 판단하고 주가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 올초부터 한보철강의 자금악화설이 확산되면서 주가에 이미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H투신 펀드매니저는 『당분간 지수조정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이는 한보철강 부도여파 때문이라기 보다는 신용증가, 고객예탁금 감소 등 수급우려에 따른 조정국면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며 『지수 6백50선이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D투신 펀드매니저도 『한보철강 부도는 재료가 노출됐기 때문에 더이상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한보철강에 대한 여신규모가 큰 은행주 등 금융주의 주가약세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 객장의 일반투자자들과 지점 직원들은 한보철강의 부도에 대해 의외로 침착한 모습이었다. 오전장 한때 지수가 급락하자 객장에는 「뭔가 심상치 않다」는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하지만 한보철강 관련 은행들의 주가가 전저점 이하로 내려가지 않으면서 「이미 예고된 부도인 만큼 파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쪽으로 분위기가 선회. 대우증권 압구정지점의 임준순지점장은 『고객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해 한 것은 사실이나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며 『오히려 일부 고객들은 주가가 더 하락하면 외국인 한도 확대와 같은 부양책이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객장에서 만난 한 투자가는 『당장 한보그룹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이 타격을 받겠지만 주가야 빠질 만큼 빠진 것, 더 나빠질 것은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 ○…한보철강의 부도에 대해 외국인들은 한 마디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국제영업관계자들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상황을 외국인들에게 설명하기가 매우 난감했다고 전했다. LG증권 국제영업부의 송병철대리는 『은행주를 상당량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입장에서 한보철강의 부도는 엄청난 악재』라며 『한전의 투자한도가 소진돼 가뜩이나 살 종목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 부도가 터져나왔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투자는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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