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미국경제의 양면성

李康逢산업부차장미국 경제 호황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17일 사상최초로 다우지수 10,000포인트를 돌파하면서 세계 경제인들의 관심은 온통 미국에 쏠려 있다. 미국의 경제 호황이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는 세계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다는 시각때문이다. 다우지수의 상승세는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제위기의 세계적 확산을 막기위해 잇따라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자금이 대거 증시로 유입되고 고성장, 저인플레이션 등 유례없는 호황세가 지속되고 있는 결과다. 다우지수 상승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아시아 각국의 증시가 활황으로 돌아서 다시 한번 미국 경제의 위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같은 미국 경제의 저력은 1980년대들어 시작된 것이다. 당시 레이건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공화당정부는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란 경제정책을 내걸고 기업에 자율을 최대한 부여하는 경제개혁작업에 착수했다. 연방정부의 기능을 축소해 민주당정권시절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를 줄이고 기업인의 기업활동을 최대한 보장, 시장경제를 활성하자는 취지였다. 결과는 대성공. 연이은 호황이 이어지면서 미국의 주식값은 치솟았고 경제지표가 상승하기 시작해 21세기를 앞둔 지금 사상최초의 다우지수 10,000포인트시대를 열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화려하게만 보이는 미국 경제 이면에는 많은 미국인들의 희생이 깔려 있다. 자율경제로 대변되는 철저한 기업위주의 경제정책은 포드·GM 등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의 경쟁력을 배가시키고 있지만 미국판 구조조정의 여파로 대다수 미국인들은 저임금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지난해 클린턴대통령이 180만이 넘는 일자리를 만들어냈다고 자랑한 바 있지만 대부분은 햄버거집으로 대변되는 시간당 벌이가 10달 도 안되는 품팔이 직종들이다. 연봉 2만달러가 안되는 저소득층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중산층 붕괴현상이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미국판 빈익빈부익부(貧益貧富益富)현상이다. 미국 경제의 양면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미국 경제상황에 비추어 최근 한국경제의 흐름은 미국과 너무 흡사한 점이 많다. 각종 규제완화로 기업들이 살아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난, 중산층 붕괴 등의 현상은 나라의 기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부작용이다. 국민간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 소비경기 회복에도 결코 도움을 주지않기 때문이다. IMF사태이후 애써서 다져놓은 한국 경제가 중산층 붕괴에 따른 정치·경제 혼란으로 이어질 우려를 다분히 안고 있다. 최근 정부는 2000년을 대비해 경제관련 각종 사업과 이벤트 등을 준비할 민간위원회를 발족하기로 했다. 앞으로 2년간 존속할 이 위원회는 범국민적인 참여가 가능한 21세기 비전및 정책을 제시할 계획이라는 재경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많은 연구가 뒤따라야 하겠지만 미국 경제를 모델화하는 것은 금물이다.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순수 한국형 경제 모델이 하루빨리 나오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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