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7일부터 예산 심의에 착수하면서 민생ㆍ개혁법안 처리를 위한 본격적인 대회전의 막이 올랐다. 여야는 겉으론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한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지만 4대 개혁입법을 둘러싼 의견 대립이 워낙 크기 때문에 산적한 민생ㆍ경제법안의 처리가 불투명하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열린우리당은 일단 4대 개혁입법을 민생법안들과 묶어 상임위 심의에 착수하겠다는 원칙 아래 특히 기금관리법과 공정거래법을 우선적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자체적으로 내놓은 기금관리법과 대규모 감세안 등 경제회생법을 관철시킨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다음주부터 민생개혁법안에 대한 본격적인 상임위 심사에 들어가겠다”면서 “여러 법안 중 기금관리법과 공정거래법ㆍ반민족행위규명법을 우선적으로 심사해 처리하겠다” 고 강조했다. 박영선 대변인은 “기금관리법과 공정거래법 등은 어느 정도 끝부분에 가있다”고 법안 통과에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민생법안을 4대 법안과 분리해 처리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경제 회생을 위해 일부 타협의 길도 열어놓고 있다.
이한구 정채위의장은 “민생법안은 이번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처리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면서 “특히 한나라당이 제시한 경제회생법안 등 몇 가지는 반드시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경제회생 법안으로 ▦특별소비세법ㆍ교통세법ㆍ소득세법 개정안 등 감세법안 ▦민간기업 투자촉진과 기업경영 여건개선을 위한 기업자유도시개발특별법개정안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여야가 이처럼 대치국면을 빚고 있지만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일부 상임위에서는 정쟁을 지양하고 민생법안을 조기 처리한다는 여야합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강봉균 우리당 재경위 간사는 “4대 입법과 관련 없이 산적한 민생관련법안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겠다”며 “여야간에 정쟁을 가급적 지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 지도부의 한마디면 언제라도 없던 일로 돌려버릴 수 있다는 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