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칼럼] 노사정위와 한국의 미래

조희제 사회부장

[데스크칼럼] 노사정위와 한국의 미래 조희제 사회부장 조희제 사회부장 노사정위원회가 또다시 비틀거리고 있다. 민주노총이 지난달 31일 노사정위 복귀를 내년 초로 연기했다. 민주노총 중앙위원회는 내년 1월 대의원대회를 열어 노사정위에 참여할 가치가 있는지 논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내년이 돼도 복귀할지 여부가 미지수인 것은 마찬가지지만…. 이날 민노총 중앙위 회의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던 것은 민노총의 노사정위 복귀가 갖는 의미가 특별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그동안 새로운 모습과 기능으로 탈바꿈한 노사정위를 통해 산업현장의 안정과 사회통합을 이끌어내려 무진 애를 써왔다. 친노(勞) 정부라는 경제계와 보수층의 비난과 반발을 감내하면서까지 노동계를 끌어안으려 공을 들여왔다. 4ㆍ13총선 이후 노동계의 주류세력으로 등장한 민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는 노사정위의 새 출발에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였다. 민주노총의 이날 결정은 이 같은 정부의 의지와 국민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이날 민노총 중앙위 회의는 3시간이나 진행될 만큼 찬반입장이 팽팽했으나 복귀에 반대하는 입장이 워낙 강경했다고 한다. 노사정위 복귀 연기를 주장하는 강경파들은 현재의 복귀논의는 탁상공론이라며 투쟁으로 앞으로의 교섭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상반기 투쟁과정에서 정부의 반노동자적 정책이 표출되면서 사회적 교섭분위기가 제대로 성립되지 않은 것”이라는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 말대로 하투과정에서 정부가 견지한 법과 원칙 대응에 대한 노동계의 좌절과 실망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참여를 예상했던 정부와 국민들은 적잖이 당황하고 우려하고 있다. 또다시 노동현장에 깃발과 구호소리만 가득 채워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탓이다. 지난 98년 1월 국민들의 기대와 박수를 받으며 출범한 노사정위는 그동안 노동계의 참여와 복귀가 반복되면서 갈지자걸음만 걸어왔다. 노사정위가 지금까지 제 기능을 못해온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노사정간 신뢰가 무너졌던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정부와 업계에 대해 노동계가 쌓아온 불신의 벽이 이번에도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정치적 필요에 의해 임의기구로 출발한 노사정위지만 IMF 관리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협의기구로 초기에는 경제위기 극복과 제도개선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 하지만 점차 그 역할과 기능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정치권의 시녀역할에 불과하다며 무용론까지 제기돼온 것도 사실이다. 노사정위가 노동계와 재계ㆍ정부가 대등한 주체로 만나 대화하는 장이 아니라 정부나 재계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노동계에 전달하고 노동계를 설득시키는 일만 한다는 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대화와 타협이 아닌 극한 대립으로 점철된 노사 및 노정관계로 인해 한국사회는 상당한 비용을 치러왔다. LG칼텍스정유, 궤도연대 파업 등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금속ㆍ병원산업의 산별교섭으로 노사정 대화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하기도 했다. 올 하반기에는 단위 노조의 교섭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노동분야에서 중요한 법과 제도의 제ㆍ개정이 예고돼 있다. 일자리창출, 공무원노조법, 근로자파견법, 비정규직대책, 한ㆍ일 자유무역협정(FTA) 등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사안들이다. 노사정위를 우리 사회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 사회적 대통합을 이룰 수 있는 합의기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데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노사정위가 보다 강력하고 중립적인 권한을 가진 기구로 탈바꿈해 진정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전통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계가 노사정위에 복귀해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것이 다음 세대들에게 사회적 대통합을 통해 우리 사회의 발전적 미래상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아닐까. 다음 세대들이 세계와 경쟁하며 먹고 살아갈 발판을 마련해줘야 하는 것을 고민하는 것이 우리세대의 일이다. 노동계가 50년 뒤 우리 사회의 미래상과 노조의 자화상을 그려보며 신뢰의 길을 선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은 이해에 연연하다 큰 이익을 잃은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hjcho@sed.co.kr 입력시간 : 2004-09-0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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