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한국건설 60년] <3부-3·끝> 좌담-한국건설 60년과 비전

"기술투자 늘려 '건설한국' 명성 이어가야"


한국의 경제 발전에 건설업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난 60년 동안 건설은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나라를 일으켜 세우고 전국토를 빠르게 발전시켰다. 그러나 건설업은 부동산 값 폭등의 주범이라거나 부정의 온상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경제에 기여한 만큼 사회적인 대접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본지는 지난 2개월간 총 16회에 걸쳐 기획한 ‘한국건설 60년, 건설강국 코리아 세상을 바꾼다’ 시리즈를 통해 한국건설의 과거를 조명해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마지막회로 마련한 좌담회에 참석한 김수삼 한양대 부총장, 이재영 건설교통부 정책홍보관리실장,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은 “우리나라가 빠른 속도로 경제 발전을 이뤄낼 수 있었던 데는 건설업의 역할이 컸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그동안 건설업이 경제 활성화를 일궜다면 앞으로는 기술개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각각의 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뿐만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는 제도나 규제 보완 등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참석자 : 김수삼 한양대 대외협력 부총장, 이재영 건설교통부 정책홍보관리실장,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가나다순) ■ 사회: 최석영 부동산부 차장 -그동안 국내 건설업계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토에 도로를 닦고 다리를 만들고 산업 시설을 지어 국가경제에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GDP의 15.5%와 고용의 7.9%를 건설이 차지하는 점만 보아도 이를 잘 증명합니다. ▦김수삼 부총장=60년대 이후 국민소득 100달러 시대에서 1만달러까지 올라가는 데 건설업의 역할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한국건설은 이 과정에서 국가 인프라 조성를 조성하고 고용을 창출했으며, 공업단지 개발로 중화학 공업의 기반 마련은 물론 주거환경 개선, 국가 재해 방지, 해외 진출을 통한 경제 발전 등을 이뤄내며 국가 발전에 이바지했지요. ▦이종수 사장=올해는 한국건설이 60년 되는 해입니다. 더불어 현대건설이 창업한 지도 60년이 됐습니다. 현대건설은 전후복구부터 시작해서 도로ㆍ철도ㆍ교량ㆍ댐 등 국가 인프라를 구축하고 항만ㆍ조선소ㆍ제철소 등을 세우며 국가 산업발전을 이끌어 왔습니다. 건설산업은 오일쇼크ㆍ외환위기 등 국가 경제가 어려운 상황일 때마다 빛을 발했습니다. ▦이재영 실장=말씀하신대로 도로ㆍ철도ㆍ댐 등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통해 건설업계는 경제발전의 밑바탕을 만들어 왔습니다. 주택공급을 비롯, 신도시ㆍ해외건설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 중에 하나입니다. 도로만 해도 70년 당시 4만㎞였던 것이 지금은 10만㎞ 정도로 늘어났고 경부고속철도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이룬 업적입니다. 주택도 70년 인구 1,000명당 140가구에서 지금은 280가구로 두배가 됐습니다. 선진국이 8~10% 정도인 것과 비교해도 단일 산업으로 보면 국내에서 건설산업이 차지하는 부분은 굉장히 큽니다. -건설산업은 국가 경제 발전에도 이바지 했지만 최근 집값문제, 불투명한 거래관계 등으로 사회적인 오해를 받는 일도 많지요. ▦이 사장=많은 분들이 건설사가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민간 아파트가격은 크게 토지비ㆍ건축비ㆍ사업추진비로 구성되는데 건설사는 오로지 건축비에만 연관돼 있습니다. 나머지 비용은 시행사 몫이고 건설회사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장 논리, 정부 정책, 시중 금리 등에 의해 좌우됩니다. 실제 지난 10년간 분양가가 오른 가장 큰 원인도 분양가의 45.2%를 차지한 땅값 상승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그 동안 건축비는 9% 정도 밖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이 실장=많은 책임을 건설회사에 돌렸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의 책임은 져야 한다고 봅니다. ‘부패의 온상’이라는 것은 사회가 발전하면서 투명성이 강조되다 보니 그렇게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업계도 노력하고 정부도 관련 대책을 만들어 뒷받침하고 있으니 점차 이런 지적은 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 부총장=부동산과 부조리는 나눠서 생각해야 합니다. 과거 3공화국까지는 부동산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투자 열기가 확대되고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 집값이 오른 것은 건설업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후 아파트 값 자율화 등이 추진되면서 건설업체의 이득이 늘어났지만 주택 가격 구조가 시행사와 시공사로 나뉘기 때문에 건설업자에게만 집중된 것은 아닙니다. 국제시장에서 투명하게 경쟁하고 있는데 왜 우리나라에선 부패기업으로 지탄을 받는지 모르겠습니다. -제도가 못 따라가는 것은 아닌가요. ▦이 실장=일반 건설업의 전문건설업 참여도 허용하는 등 제도를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상시 퇴출 시스템도 갖췄고, 앞으로 이를 더욱 발전시켜나갈 것입니다. ▦이 사장=이와 관련, 정부에 건의할 사항이 있습니다. 건설업체의 처벌문제를 들 수 있는데 건설산업기본법ㆍ공정거래법 등 이중 삼중으로 걸리는 것이 많습니다. 영업정지를 내리는 것은 일단 불의의 안전사고는 막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지만 영업정지까지 하는 것은 너무합니다. 시공능력평가제도도 개선해야 합니다. 아무 실적도 없는 회사가 공사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입ㆍ낙찰 제도인데 여러 차례 건의해도 바뀌지 않습니다. 기술개발을 많이 하는 업체에 사업을 따낼 기회를 많이 준다면 기술개발 하지 말라고 해도 할 것입니다. ▦김 부총장=구매ㆍ공사ㆍ안전관리 등 건설업계에서는 모두 선진 시스템을 쓰고 있는데 정부의 정책은 오히려 뒤따라 가는 형국입니다. 건교부나 재경부에서 정책을 꾸준히 다루는 담당자도 없습니다. 담당 국장이 바뀌고 1년이 지나면 또 달라지고 전문적인 직업관료가 탄생 못하는 태생적 한계도 있습니다. ▦이 실장=모두 고민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앞을 내다보는 정책을 쓰도록 노력해야 겠죠. ▦김 부총장=지구촌 시대에 우리만의 정책으로 옥죄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 떨어집니다. 한국식으로만 심판을 보면 안 됩니다. -요즘 호황인 해외건설과 관련, 우리의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고 고유가와 해외 플랜트시설의 교체주기로 인한 것이어서 수년 만에 그칠 호황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 사장=낙관론ㆍ비관론 모두 있습니다. 그동안의 패턴을 보면 고유가 시대에 우리가 수주를 많이 했고 요즘이 그렇습니다. 고유가를 전제로 하면 5년 이상은 수주 물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대건설 등 우리 업체들은 제3의 중동붐에 대비하는 자세를 갖춰야 할 때입니다. -해외건설에서 우리 업체들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 사장=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할 때와 비교하면 조선ㆍ자동차ㆍ반도체가 해외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기술개발이 뒤따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건설업체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업체의 문제도 있지만 그만큼의 여건도 만들어지지 않았죠. ▦이 실장=전적으로 동감합니다. 해외에서 단순 수주 말고 투자형 사업도 발굴해야 하는데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철저하게 시장을 분석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우리 건설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시죠. ▦이 사장=건설업은 사람이 재산입니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해야 하지요. 기술개발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은 기업의 몫이지만 이런 것을 정부ㆍ학계도 같이 합심해서 인적 재원을 확충하고 개발시킬 수 있느냐를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합니다. ▦이 실장=‘글로벌 스탠더드’ 마인드를 모두 가졌으면 합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건설업 제도ㆍ입찰제도ㆍ기업 경영 등이 그렇게 나가야 하지요. 정부도 만반의 대책을 세우고 있는 만큼 업계의 노력도 기대합니다. ▦김 부총장=몇 가지 키워드로 의견을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매출 규모보다는 튼튼한 회사를 칭찬하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것이 첫번째 입니다. 다음으로 국내 현장에도 해외 기능인력이 늘고 있는데 국내외 인력을 관리할 문화적 다양성도 갖추고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기업과의 M&A, 현지 투자도 고려할 때가 됐습니다. 창의적 기업 경영이 가능하게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고 산학협력도 늘어나야 하고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북한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지요. 궁극적으로 건설은 지역과 시대에 맞춰 변해가는 산업이니까 정책은 이에 앞서 기업을 이끌어주고 기업은 변화에 따라 기업 구조를 조정해 나가야 합니다. 한국 건설은 지난 60년 못지않게 앞으로의 60년도 잘 해낼 것으로 봅니다.

관련기사



김광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