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지속가능경영이다] ③ 공조의 미덕을 배운다
중소협력사 쥐어짜면 "위기는 부메랑"대기업, 하도급거래 공정화 실천 적극나서삼성ㆍ현대車등 납품社 지원늘려 상생 모색협력사와 계약때 "윤리규범 준수" 서약도
선진기업 '인권경영' 사례
기업들 '1사1촌' 운동
[이젠 지속가능경영이다] ①
[이젠 지속가능경영이다] ②
지난 3월13일 충북 제천의 금수산. 주말을 맞아 LG전자와 300여개 협력업체 사장들이 등산복차림으로 등산로를 가득 메웠다. 협력업체와 함께 하는 ‘단합산행’이다. 이날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협력업체 지원을 약속했고, 협력사 사장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이처럼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상생의 길을 함께 모색하자는 목소리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이 우리 경제를 움직이는 대동맥이라면 중소협력업체들은 실핏줄에 비유할 수 있다. 대기업이 우월적인 힘만 믿고 중소업체를 쥐어짜면 위기는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온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중소업체의 줄도산으로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은 심각한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비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만 그런 것은 아니다. 사회적 약자를 돌아보지 않는 기업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지속가능경영은 협력업체ㆍ근로자 등 사회적 약자들과의 ‘공존의 미덕’을 실천하는 데서 시작되고 열매를 맺는다.
◇대기업ㆍ협력사는 '상생'의 파트너=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대기업과 협력업체인 중소기업 임원 등 1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윤리ㆍ정도경영 확산을 위한 하도급거래 공정화 실천간담회’를 갖고, 대기업과 중소협력업체간의 하도급관행 준수를 다짐했다.
대기업들은 이날 ▦납품대금의 현금 및 현금성 결제 확대 ▦어음 결제시 지급기일 준수 ▦납품대금의 합리적 결정 ▦수급사업자와의 계약 내용 준수 ▦발주자로부터 받은 선급금의 규정기일(15일) 이내 지급 ▦기타 불공정행위 근절 등을 골자로 하는 ‘하도급 거래 공정화 실천을 위한 다짐’을 천명했다.
현명관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원활한 협력관계를 도모하지 않으면 모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며 “하도급거래 공정화로 협력업체의 축적된 힘이 곧장 모기업의 경쟁력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ㆍ현대차 등 협력사에 '손길'=
삼성은 올해 350여개 협력업체에 1조1,000억원을 지원한다. 삼성은 사출ㆍ프레스ㆍ금형ㆍ전기ㆍ기구 등 5개업종을 지원대상으로 정하고,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킬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부품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현대ㆍ기아자동차의 5,700여개 하청부품업체에 매년 1조6,000억원씩 총 6조5,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LG전자는 향후 5년간 협력업체에 1,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안정적 생산물량 확보 지속적인 국내생산 성장세 공유 ▦결제기간 단축 ▦우수인력 채용지원 우수 경력ㆍ신입사원 채용지원 ▦협력회사 임직원 교육 구미러닝센터에서 협력사 임직원 교육 등의 지원책을 마련했다.
포항과 광양에 50개 협력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포스코는 협력사의 근로조건이나 임금수준 향상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포스코는 이를 위해 지난해 협력사의 주40시간 근로제를 도입했고, 포스코와의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도 협력업체와 함께=
대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은 협력업체와 함께 할 때 제기능을 발휘한다. 협력업체들이 아동을 고용하거나, 환경을 침해하는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저렴한 가격에 납품을 한다면 결국 자신도 인권경영을 실천하지 못한 셈이기 때문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불량만두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부 대형 식품업체들이 싼 값에 현혹돼 납품업체의 부도덕을 눈감았다가 톡톡?대가를 치르고 있다.
외국의 경우 네덜란드의 필립스전자가 지속가능경영을 외면하는 납품ㆍ협력업체와는 일체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이미 경영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국내에서는 포스코가 이를 일찍이 자각, 인권경영 확산 및 심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400여 공급사 및 협력사를 대상으로 포스코 부사장, 상무가 각사 대표에게 기업윤리 설명회 개최해 강도높은 윤리규범을 당부했다.
또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최근 협력사 대표들에게 기업윤리 실천 동참을 호소하는 협조 서한을 세 차례나 보냈고, 협력업체와 계약서를 작성할 때 “포스코의 윤리규범을 상호 망峠磯蔑굡遮?서약을 받아낸다.
그러나 자회사 및 공급망 관리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인권경영 수준은 경쟁국인 일본ㆍ중국에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 최근 LG환경연구원 등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기업의 경우 계열사 또는 협력업체에도 지속가능준수를 요구한다는 응답이 32.3%에 그쳐 중국(68.9%)과 일본(52.3%)에 크게 뒤졌다.
이병욱 LG환경연구원장은 “사회적 약자와의 나눔의 정신은 이제 우리 기업에게도 선택이 아닌 필수의 조건이 됐다”며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인권경영 등에 적극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4-06-14 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