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안기부(현 국정원)의 '미림'팀의 불법도청을 폭로한 전 국정원 직원 김기삼씨는 26일(현지시간) "국정원이 저를 진정 형사범이라고 판단한다면 한미형사공조협정에 의해 저를 인도해줄 것을 미국측에 요청해야 마땅하며, 지금이라도 요청하기만 한다면 저는 당당히 조사에 응할 뜻이 있다"고밝혔다.
현재 미 펜실베이니아에 거주하는 김씨는 이날 자신을 취재한 기자들에게 보낸'저의 입장을 밝힙니다'라는 제목의 이 메일을 통해 이같이 말하고 "그러나 국정원은 지난 2년여 저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씨가 한국과 미국 어느 기관의 조사에 응하겠다는 것인지는 명확치 않다.
김씨가 자신의 신병 '인도' 문제를 거론하고, 이는 한미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나, 김씨는 자신의 미국 망명신청이 거부당하자 부인의 망명 신청을통해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사에 응하겠다"는 김씨의 말은 한미형사사법공조조약에 따라 미국내에서 미국 기관의 조사를 받겠다는 뜻일 수도 있다.
김씨는 이 이 메일에서 "오늘 미림팀의 공운영 팀장이 자해라는 극한 방법을 선택한 것을 접하고 무거운 마음을 주체할 수 없다"며 "저의 제보가 결과적으로 공 팀장을 극단으로 몰고 간 이유중의 하나가 된 것 같아 깊은 책임감을 통감한다"고 밝혀 공운영씨의 자술서 공개와 자해가 이같은 입장 표명의 계기가 됐음을 시사했다.
김씨는 이날 국정원에 대해 "제가 김대중의 노벨평화상 수상 공작과 반역적인 비밀 대북 뒷거래를 폭로하자, 국정원은 저의 성격이 불안정해 정보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수시로 옮겨 다녔으며 금전을 목적으로 폭로했다고 발표했다"며 "이러한명예훼손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언론이 "제가 X파일을 유출했고, 테이프를 가지고 삼성을 협박해돈을 뜯어내려 한 파렴치범이라고 악의적으로 보도했다"며 "이런 무책임한 일부 언론사에 대해서도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직 안기부 직원 모임인 국사모의 송영인 회장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자신을 비난한 데 대해서도 "저는 송 회장님을 좀 알지만, 송 회장님은 저를 전혀 모르시지 않느냐"며 "자중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국정원의 국정원직원법 등 위반 혐의 소환조사 방침과 관련,자신은 "미림의 활동에 관여한 적이 없고, 미림팀은 국정원 직제에 없는 사적인 비밀조직이어서 미림과 관련된 어떤 내용도 국정원직원법상 보호받을 비밀이 아니다"며 '직무상' 취득한 '비밀' 누설 금지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는 옹졸한 영웅심리에서가 아니라 우리가 처한 현실을 올바르게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번 제보를 통해 국정원이 40-50년전의 과거사가 아니라 4-5년전의 중대한 일이나 제대로 조사하라고 충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