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일어나라 건설코리아] 나이지리아 보니 LNG현장

"보니 섬 건설현장 창살없는 감옥이죠""보니 섬 건설현장 창살없는 감옥이죠" 아프리카 강국 나이지리아의 경제중심지인 라고스(Lagos)에서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1시간30분을 가면 포타코트(Port Harcourt)항이 나온다. 이 곳에서 다시 모터보트를 타고 늪지대를 시속 100km로 1시간 가량 고속 질주 하다 보면 섬 위에 우뚝 솟아있는 LNG 탱크가 시야에 들어온다. 멀리 대서양의 수평선을 바라볼 수 있는 이곳이 바로 대우건설의 보니(Bonny)섬 LNG건설 현장이다. 여의도의 4분의 1 크기의 조그만한 섬인 이 곳엔 석유부국 나이지리아 최대의 LNG 기지가 건설되고 있다. `DN-34(Daewoo Nigeria)`로 명명된 이 현장은 대우 뿐 아니라 미국의 CBI, 독일의 쥴리어스버거(Julius Berger) 등 전세계의 내로라 하는 27개 회사가 공사를 수행하고 있는 다국적 건설업체의 집합소다. 대우는 쟁쟁한 외국 업체를 따돌리고 전체 공사의 4분의 1(7,000만 달러)에 해당하고 LNG 기지의 핵심시설인 처리과정(Process) 시공을 맡았다. 보니섬이 위치한 나이지강 삼각주 지역은 홍수림(Mangrove), 늪지(Swamp), 개펄이 혼재된 곳. 나이지리아 전체 가스 매장량의 50%가 이곳에 묻혀있다. 셀(Shell), 아짚(Agip), 엘프(Elf) 등 다국적 오일 컴퍼니들이 이곳의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보내기 위해 나이지리아 정부와 `NLNG`라는 합작회사를 설립, 보니섬에 최대 규모의 LNG 생산설비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보니섬 현장을 찾은 때는 지난 7월.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데다 각종 검사에서 하자가 거의 나타나지 않아 대우건설 직원들의 얼굴에는 자신감과 여유가 가득했다. 그러나 이들이 현 수준에 이르기까지 겪은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보니섬 현장 소장 이용섭 부장은 “창살만 없을 뿐 이곳 현장은 감옥이나 다름없다”며 “난공사 인데다 토종병, 외국 업체의 텃세, 원주민의 위협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DN 34의 공기는 25개월. 연중 6개월(6~11월)간 우기로 실제 공사할 수 있는 기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우기에는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우리나라의 장마철에서나 볼 수 있는 장대비가 쏟아진다. 날씨가 괜찮을 때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작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부장은 “공기를 맞추는 위해 야간작업을 밥 먹듯 했지만 하자가 거의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공사 현장이 섬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지반공사시 1m 만 파도 물이 솟구쳐 양수기를 작동해 가며 기초공사를 한 것. 각종 자재를 항구에서 현장까지 이동하며 흘린 구슬땀 등이 나이지리아 최대 규모의 LNG 기지 건설의 토대가 된 것이다 공사 외적인 위협요소도 많았다. 가벼운 감기처럼 시작하는 말라리아는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무서운 복병이었다. 보니섬에 거주하고 있는 원주민들이 현장 근로자의 목숨을 담보로 돈을 요구하는 사례도 많았다. 대우건설 라고스 사무소 박홍석 차장은 “일부 과격한 원주민들 사이엔 지나가는 해외건설업체들의 차 한대 잡으면 돈된다는 말이 퍼져 있을 정도로 치안이 엉망”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2~3년씩 현장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도 철조망 너머 있는 원주민 마을을 가보지 못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보통이다. 기자가 원주민들의 마을을 한번 구경하고 싶다고 하자 현지 직원이 `큰일날 소리 한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공사가 없는 휴일에 육지로 나와 관광을 하는 것도 꿈도 못 꾼다. 대낮에도 권총을 든 떼강도가 활개를 치고 있어 외국인이 보디가드 없이 거리를 배회하는 것은 목숨을 내던지는 행위나 다름없다. 보니섬 현장 소장 이용섭 부장은 “현장에 온지 4년 6개월이 흘렀는 데 이곳에서 제대로 휴식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며 “그러나 나이지리아에서 대우건설이 외국 유명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명성과 기술력을 인정 받고 있는 것을 생각하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보니섬(나이지리아)=이종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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