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방폐장 도입 추진 30년의 교훈

이종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이종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최근 베트남에선 국가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방사선을 이용하는 산업과 의학, 연구가 발달하고 닝투언(Ninh Thuan) 원자력 발전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원자력발전 도입과 더불어 폐기물관리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 도입 38년만인 이달 방폐물 처분장운영에 들어간다. 중저준위 방폐물의 안전한 처분이라는 오랜 국민적 숙제가 해결돼 다음 세대를 위한 큰 짐을 덜게 됐다.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준공까지 참으로 먼 길을 돌아왔지만 그 세월 동안 우리 사회가 수많은 시험을 치러내고 만든 의미 있는 결과물임은 분명하다. 우선 19년간 부지선정의 시행착오 끝에 민주성과 투명성이라는 국민의 높은 요구수준을 만족시켰다. 경주 방폐장은 2005년 민주적 주민투표방식을 도입하고 부지선정절차와 지역지원 인센티브를 법률화해 투명하게 밝힘으로써 부지선정에 성공했고 ‘민주주의적 정책결정의 대표사례’로 꼽힌다.


부지선정 이후 10년간은 과연 한국이 안전한 방폐물관리기술을 확보하고 있는지에 대한 지난한 시험과정이었다. 국내 첫 방폐장으로 핀란드의 3배 규모에 달하는 유례없는 초대형 지하시설물 건설에 설계사, 건설사, 학회, 근로자 등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투입돼 성공적인 건설을 마쳤고 IAEA, S&R, 3G 등 세계적 유수 기관들의 안전성 검증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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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경주방폐장은 철저한 안전운영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일만이 남아있다. 프랑스의 로브 방폐장은 천층처분 방식으로 넓은 부지에 출입구와 지붕이 없는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것이 전부지만 그 관리나 운영은 매우 엄격하고 까다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공기, 물, 찌꺼기, 침전물, 식물 등 1,700개 항목에서 시료를 채취해 조사 분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모니터링 결과를 완전히 공개하고 있으며 지자체의 요구가 있으면 정보 제공뿐 아니라 추가 환경모니터링도 시행한다. 이러한 엄격한 노력 덕분으로 시민들의 걱정과 우려는 해소됐고 그 결과 운영 초기보다 더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경주 방폐장은 앞으로 지자체, 연구소, 환경단체와 협업을 통해 한 치의 양보 없는 환경관리를 이어갈 것이다. 엄격한 국제기준 준수하에 방폐물을 인도받아 검사하고, 지하에 처분하고 자연으로 되돌릴 때까지 매 단계마다 근무자들의 부단한 안전 확보 노력이 이어질 것이다. 더불어 약속한 대로 지역지원사업을 충실히 이행해 국가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경주 방폐장을 유치해준 경주 시민들에게 보답해나갈 것이다.

중저준위 방폐장 추진경험은 우리가 당면한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에 있어서 커다란 자산이 되어 줄 것이다. 알다시피 지난 19년간의 부지선정 시행착오 끝에 사용후핵연료 관리사업에 대한 공론화 방침이 2004년 천명됐고 2009년 여야 합의로 공론화 법제화가 이루어져 2013년 공론화위원회가 발족됐다.

이달 공론화위원회가 1년 8개월의 활동을 마치고 정부 권고안 작성과 제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정책공론화기구 활동이다.

지난 38년의 세월이 허송세월이 아니었듯이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이 의미 있는 경험과 결과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해 자연으로 되돌리는 것은 우리 세대 모두의 책임이다. 불편하고 어려운 결정이 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 국민과 다음 세대 우리 아이들을 위해 정책추진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것이다.

방폐장하면 철통같은 안전을 떠올릴 수 있는 그날이 오기까지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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