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黨 보다는 나"

민원사업 늦추자 강력 항의… 선거구 획정 불이익에 반발… 저축은행 특별법 강행 등<br>지역구 챙기기에만 급급… 지도부와 몸싸움도 예사

#지난 16일 오전10시30분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허태열ㆍ여상규 새누리당 의원이 나타났다. 당사에서 회의 중이던 황우여 원내대표를 찾았지만 이미 황 원내대표는 이들을 피해 당사를 떠난 뒤였다. 허 의원은 "이렇게 사람이 무책임하다"면서 자신이 상임위 통과를 주도한 저축은행 피해구제법의 통과 필요성을 역설했다. 여 의원은 '새누리당의 개혁 관련 의견서'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지역구인 남해 하동 선거구를 없애는 것은 강자를 편드는 불의라는 주장을 황 원내대표에게 전달하려 했지만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여 의원은 헌법소원 제기까지 불사할 생각이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의원들이 당보다 의원 본인을 앞세우며 지도부와 충돌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복지 퍼주기 등 당 전체 차원의 포퓰리즘이 개별 지역구 등을 기반으로 한 '마이크로 포퓰리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당장 지역구 표심이 급한 처지에 놓인 의원들은 당 지도부를 향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날리는가 하면 민원 법안 처리를 놓고 같은 당 의원끼리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인다.


허태열 정무위원장을 비롯해 이진복 의원 등 새누리당 부산 출신 의원들이 주도해 정무위를 통과시킨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특별법' 은 당 지도부의 '뜨거운 감자'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17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지역구 일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부산 저축은행 피해자가 몇 명이나 된다고 원칙에 맞지 않는 법을 통과시키는지 모르겠다. 한다고 해도 문제고 안 된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나"라며 비난했다.

이 법을 함께 통과시킨 민주통합당 내에서도 문성근 최고위원 등 부산 출마자 살리기 법안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경제관료 출신인 이용섭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저축은행 특별법에 명시적인 반대 의사를 표했다. 정무위 야당 간사인 우제창 의원은 본래 저축은행 특별법이 특혜시비가 있다며 부정적이었고 다른 금융기관에서 마련한 돈으로 저축은행 피해자를 구제하는 방법은 도덕적 해이를 부른다며 반대했었다. 그런 우 의원이 민주당 지도부의 뜻을 좇아 특별법 처리에 동참한 셈이지만 불만이 있다는 게 당내 인사의 전언이다.

여상규 의원은 선거구 유지가 합헌이라는 판결을 받은 자신의 지역구를 없애려는 의견을 제시한 국회 정치개혁특위 여당 간사인 주성영 의원과 몸싸움까지 벌였다.


사실상 18대 국회의 마지막 법안 처리 기회인 2월 임시국회에서는 법안 처리 여부를 놓고 같은 당 의원끼리 얼굴을 붉히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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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택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9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카드수수료 인하 법안을 처리하려 하자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주도한 카드수수료 인하 법안은 20일 만에 정무위 소위와 전체회의를 통과하게 됐지만 자신이 2008년에 발의한 카드결제의무제 폐지 법안은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안건에 올리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권 의원은 "카드결제의무제 폐지는 시장에 자유경쟁을 맡기면서 영세자영업자에 협상권을 주는 근본대책"이라고 항의했지만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은 "할 수 있으면 검토하겠지만 다시 소위를 열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고 오히려 야당 의원들이 권 의원을 달랬다.

국방위에서는 수원ㆍ대구ㆍ광주의 대표적 민원사업인 군공항이전지원법을 둘러싸고 새누리당 소속 위원장이 논의를 총선 이후로 늦추자 새누리당의 유승민ㆍ정미경 의원이 강력 항의했다. 특히 유 의원은 청와대 오더설까지 제기하며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야당도 마찬가지였다. 서종표 민주통합당 의원은 여당 위원장에게 직권상정까지 요구하며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의원들은 선거를 앞두고 나쁜 소문 하나라도 날까봐 예민해지도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인 신상진 새누리당 의원은 14일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미용사 관련법이 통과되지 못한 것과 관련해 "'신상진 때문에 통과가 안 됐다'고 미용사 단체에 이야기한 사람이 있다"면서 상임위 차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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