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열린 2차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협상이 마지막 날 예정된 분과협상에 약측이 참석하지 않아 결국 파행으로 끝났다.
미측은 우리 정부의 건강보험 약가책정적정화방안, 즉 효능을 인정 받은 신약이라고 해도 모두 건강보험 적용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가격과 비교해 효과가 우수한 의약품만 선별해 등재하는 것을 문제 삼으며 협상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웬디 커틀러 미측 수석대표는 “의약품을 둘러싼 차이점이 비록 도전적이기는 하지만 극복하지 못할만한 사안은 아니다”면서 “오는 9월4일 시작될 3차 본협상에서 생산적으로 접근되길 희망한다”고 말해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어차피 이번 협상에서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인 만큼 3차 협상 때 더 강도 높게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협상이란 밀고 당기면서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타협의 기술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배수진을 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이 길어져 파행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대외의존도가 70%를 넘는 우리에게 FTA는 불가피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시장인 동시에 선진 경제대국이고 미국과의 FTA체결은 수출증대는 물론 경제시스템을 고도화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2차 본협상이 삐그덕 거렸다고 해서 FTA협상이 차질을 빚거나 주춤해서는 안될 일이다. 앞으로 협상이 계속될수록 상호 실리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샅바싸움은 더욱 치열해지고 우리의 협상팀도 그만큼 힘이 들 것이다. 우리경제의 명운이 달려 있는 만큼 국가이익에 도움이 되는 협상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협상팀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FTA협상에 한 목소리를 내는 국론부터 통일하는 게 중요하다.
노동ㆍ시민단체들도 협상이 이제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부의 대국민설득노력도 더욱 강화돼야 한다. 협상내용과 진전사항을 낱낱이 공개해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게 순리다. 미국과의 약속 때문에 협상내용을 공개하지 못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한ㆍ미 FTA의 성공적인 결실을 위해 국민적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